달시장 마을놀이마당의 한 해를 돌아보다

작성자 haja | 작성일 2014-12-04 07:52:06

생각하는 청개구리의 새로운 실험
달시장 마을놀이마당의 한 해를 돌아보다

 

지난 10월 31일 금요일, 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청(소)년, 어른 등 다양한 세대의 많은 주민들이 모인 가운데 달시장 마을놀이마당이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달시장 마을놀이마당은 하자센터 주관, 한국암웨이 후원으로 진행되는 어린이창의교육사업 ‘생각하는 청개구리-움직이는 창의놀이터’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시작되었다. 지난해에는 청년 예술가 및 문화기획자, 사회적기업 등과 연계해 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 창작 워크숍 놀이활동을 선보였지만 올해는 ‘어린이, 부모, 청(소)년, 어른 등 다양한 세대가 한데 어우러지는 마을놀이터’라는 콘셉트로 다세대가 함께 할 수 있는 놀이터 프로젝트로 기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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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대상 워크숍’에서 ‘다세대 마을놀이터’로의 콘셉트 변화는 올해 4월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큰 영향을 미쳤다. 배가 가라앉는 위험상황에도 선장의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에 순순히 차디찬 바다로 사라진 많은 청소년들을 보며 절망했다. ‘위험사회’라 불리는 이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리거나 잊고 있던 내면의 살아 있는 생명력과 야생성을 어떻게 살리고 회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기 시작했고, 대안으로 ‘놀이’가 이슈화되었다.

 

놀이는 역사적으로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생존 방법과 사회 규범을 배우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함께 놀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고, 공간(터)도 사라지고 있다. 놀더라도 소비적인 오락의 형태로, 심지어 입시를 위한 사교육 영역에서 공부하듯 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놀이가 사라진 시대’를 살아가는 ‘놀아보지 못한 사람들’의 생명력과 야생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마을의 청(소)년, 부모, 어른 등 다양한 세대가 함께 만나 노는 놀이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올해는 다양한 세대가 ‘놀이’로 만나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고, 배우며, 돌보는 관계의 힘이 살아있는 마을 놀이터를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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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진행되었던 문화예술 창작 워크숍은 달시장의 메인 섹션인 달마당으로 옮겨져 열렸고, 기존 마을놀이마당은 영등포 주민 작가, 어린이 작가, 청년 놀이활동가 등 다양한 세대가 함께 만들고, 뛰어노는 놀이터로 꾸며졌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로 구성된 영등포 주민작가는 마을놀이마당의 중심인 신관 중정 공간에 자리잡고 봉숭아 물들이기, 헌 옷을 활용한 놀이, 골목놀이, 낙엽놀이 등을 진행하면서 마을 아이들과 놀이판을 만들었다. 어린이 작가단은 마을놀이마당에서 또래 친구들을 놀이터로 초대하고 함께 노는 ‘깍두기’가 되었고, 청년 놀이활동가는 놀이판을 만들고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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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 달시장에서 마을놀이마당이 선보인 6월에는 지난해와 달리 다양한 세대가 함께 노는 단체놀이 활동으로 변화된 모습에 작가와 참여자 모두 어색해 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매 달 진행하면서 어린이, 청(소)년, 부모, 어른 누구나 할 것 없이 어떤 목적 없이 자기 자신이 먼저 놀아야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어른인 작가가 놀이판을 만들고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놀이판을 만드는 작가이면서 또한 참여자인 마을놀이터의 모습이 펼쳐졌다. 마을놀이마당을 통해 주민들에게도 ‘놀이(터)’에 대한 필요성과 ‘마을놀이터’의 의미가 전달되었고, 자연스럽게 지역놀이모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는 영등포 주민 작가를 중심으로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자발적인 지역 놀이모임인 ‘돈가스파티(가칭)’로 연결되었다. 11월 15일 첫 모임을 진행한 돈가스파티는 영등포 지역과 달시장 마을놀이마당을 통해 인연을 맺은 여섯 가족이 참여해 엄마들과 아이들이 함께 돈가스 놀이를 하며 뛰어놀고, 돈가스도 함께 만들어 나눠 먹는 활동을 진행했다. 지역 놀이모임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함께 뛰어놀면서 지역에서 ‘곁’을 만들어나가는 장으로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사회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집집마다 ‘내 아이’만 감싸안은 채 문을 닫고 살 수는 없는 놀이다. 일본이나 유럽 등지에 ‘모험놀이터’가 생겨난 것도 그 때문이다. 흙, 불, 나무 등 기존 놀이터에서는 더럽고 위험하다고 꺼리는 것들을 아이들이 만들고, 망가뜨리고, 또 복원한다. 술래잡기, 팽이치기, 자치기, 딱지치기 등 또래와 몸을 부대끼는 전통놀이를 하며 뛰어 논다. 이런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안전을 확보할 방법을 배울 것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세대가 만나 함께 노는 달시장 마을놀이마당을 통해 일상의 ‘틈’을 만들고, 우리가 잊고 있는 ‘야생성’을 살리며, 서로의 ‘곁’을 만드는 장이 되길 소원한다

 

김세중(풀무, 혐력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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