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자립하우스 ‘살림집’ 오픈하던 날

작성자 haja | 작성일 2015-05-27 16:42:29

하자 앞에 ‘살림집’이 생겼다

 

하자작업장학교 청년과정이 건축한 에너지자립하우스 ‘살림집’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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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반부터 하자를 방문한 분들이라면 본관 앞에 들어선 컨테이너 하우스를 목격하셨을 겁니다. 바로 지난해부터 JP모간의 지원을 받아 하자센터 내 대안학교인 하자작업장학교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짓고 있는 에너지 자립하우스 ‘살림집’입니다.  이름부터 정겨운 ‘살림집’은 선박 컨테이너 세 개 동을 기반으로 다양한 관련 적정기술이 적용되었습니다. 하자작업장학교는 지난해부터 청년과정을 개설하면서 도시농업과 적정기술, 재생가능에너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와 실습을 계속해왔으며 이곳 소속 청년들은 이미 국내 적정기술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습니다.

 

 아직 대중에게는 생소한 적정기술로 집까지 짓게 될 수 있었던 것은 JP모간이 지난해 3억 원의 출연금을 지원하고 연세대 현장기관인 하자센터와 서울시청년일자리허브(청년허브)에서 주관해 청(소)년의 자립을 지원했던 ‘자생, 삶의 기반’ 덕분입니다. 지난해 진행되었던 다른 프로젝트는 연내 마무리되었으나 살림집은 이례적으로 올해에도 추가 지원이 결정되어 결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국JP모간 임석정 대표는 “에너지 고갈, 물 부족 등 전세계적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들의 손으로 건축되는 에너지자립하우스는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JP모간은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우리 청년들이 친환경에너지기술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자기 역량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길 희망한다.”며 후속 지원 이유를 밝혀 주셨죠. JP모간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전세계 곳곳의 지역사회가 겪고 있는 사회적 경제적 이슈들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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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자립하우스 ‘살림집’은 지난해 9월 ‘제6회 서울청소년창의서밋’에서 중간 과정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을 만큼 구석구석이 흥미롭습니다. 살림집 지붕 위에는 총 40개의 소형 태양광 패널이 자리잡아 전체 전기공급을 담당하게 됩니다. 또한 1층 중앙에는 청년들이 직접 설계한 TLUD형 화목난로(일반적인 화목난로보다 연소시간이 길다. 위에서 착화하여 아래로 불을 지피고(Top Lit) 가스화 과정은 아래에서 위로 진행(Up Draft)되면서 고온연소되는 방식)가 설치됩니다. 이 화목난로는 지난해 전주대 친환경녹색적정기술 창업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모델 제작 및 양산 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로켓매스히터(간이구들 형태의 난방장치)가 1, 2층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단열을 위한 내외벽 마감은 볏짚과 흙, 헌옷, 천연 페인트 등 천연재료나 재활용품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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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용된 기술들도 흥미롭지만 건축과정에서 적정기술로 생태/대안적인 삶을 꿈꾸는 각계 사람들이 힘을 모아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태양광 패널 제작 기술은 2011년 핵 누출 사고를 겪었던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공동체 회복과 자립활동을 펼치고 있는 덴카컴(Denkacom)이라는 회사에서 제공했고 직접 내한해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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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작업장학교 청년과정 청년들은 ‘살림집’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적정기술의 공유 및 확산을 위해 대중을 대상으로 한 각종 제작 워크숍을 진행했으며 이 결과 태양광 패널, 천연 페인트 등 살림집에 쓰이는 설비 및 재료에 여러 사람들의 손길과 정성이 모아졌습니다. 살림집 후면 외벽은 헌옷과 담요 등 도시에서 구하기 쉬운 버려진 재료들을 모아 차곡차곡 쌓아올려 눈길을 끄는데, 모두 사회각계에서 살림집의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이 보내온 것들입니다. 후원사인 JP모간 임직원들 역시 헌옷 및 이불을 모으는가 하면 삼삼오오 주말에 현장을 찾아 미장, 타일 등 각종 작업을 도왔습니다.

 

 5월 29일 진행된 ‘살림집’의 오픈식은 역시 서울에서는 가장 잘 알려진 대안 마을장터 ‘달시장’의 2015년 첫 장과 함께했습니다. 영등포구 주최, 하자센터 및 청년 사회적기업 방물단 공동 주관으로 5년째 5월부터 10월까지(7월 혹서기 휴장)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달시장’도 그간 적정기술, 대안에너지 등 생태, 환경 관련 지역 및 사회적경제 쪽의 활동을 다양하게 소개해 왔죠.

 

 ‘살림집’은 올해 정식 오픈과 함께 ‘하자마을’의 중심에 자리잡은 게스트하우스이자 카페로 기능하면서 지역 적정기술 장인들의 제품을 소개하고 워크숍도 진행하는 등 서울 내에서 적정기술, 도시농업 등 대안적 삶을 알리는 기지 역할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따라서 달시장 오픈 시간인 오후 5시에 맞춰 시작되는 오픈 행사는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는 프로그램들로 채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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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행사의 첫 시작은 1년 넘는 기간 동안 구슬땀을 흘려왔던 쇼, 무브, 미르, 쵸. 쥬디, 요비 등 청년작업장 청년들의 인사로 열렸고 인디밴드 ‘화분’이 축하공연을 선사했습니다. 다음에는 청년과정 쇼가 살림집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지난 7년간 하자마을에서 공부하고 배우고 일했던 쇼는 살림집 작업을 1차 마무리한 뒤 3일 후 입대를 했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길 바랍니다.

 

살림집 설명이 끝난 후에는 그동안 살림집을 도와주셨던 분들(문성빈 연세대 청년문화원 원장, 임석정 JP모간 대표, 조한혜정 하자센터장)의 축사가 있었고 모두 함께 사진 촬영을 한 뒤 공식 행사는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후에는 스스로 농작물을 키우고 닭을 치며 농부의 길을 걷고 있는 어린이 및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린이 농부 포럼’이 열려 성미산중학교, 실상사작은학교, 금산간디중학교 등 전국에서 온 ‘어린이, 청소년 농부’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있습니다. 덴마크 대안대학 IPC와의 스카이프 화상회의를 통해 덴마크의 생활 자전거 이야기도 소개되는 순서가 있었고요. 하자센터 판돌로 지내다가 IPC에 가 있는 고나의 얼굴과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반가운 시간이었습니다. 

 

국내에서 <나비문명>이라는 저서로 잘 알려진 일본의 생태평화운동가 마사키 다카시 선생도 오픈식 시작부터 계속 지켜보시다가 무대에 올라 손수 노래와 말씀을 전해 주셨고 마지막 무대는 인디 뮤지션 지현이 맡아 멋진 피날레를 장식해 주었습니다.

  
  각종 첨단 기술이 도입된 고층 건물들이 즐비한 도심에서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실어 나르고, 용접하고, 도색하며 힘들게 만들어진 2층 집 한 채. 일면 비생산적이고 무모한 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이는 내 집만 따뜻하고 환하면 그만이라며 무관심하게 살다보니 어느덧 위험 속에 빠져버린 사람들에게 발신하는 경고이자 또한 대안이기도 합니다. 모두 무관심하게 지내온 사이, 고향의 ‘살림집’ 주위는 온통 핵발전소와 송전탑으로 둘러싸이지 않았던가요? 청년들, 그리고 그들의 열정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땀과 소원을 모아 만들어진 ‘살림집’이 향후 이어나갈 활약을 기대해 주세요.

 

이지현(유즈, 기획2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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