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을 맞은 하자마을 주민 라임의 이야기

작성자 haja | 작성일 2015-05-31 15:29:42

성년, 나의 봄.

 

하자마을 주민 라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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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봄이 지나고 어느덧 여름(이래도 무방한 요즘). 나는 생에 처음이자 마지막, 잊지 못할 성년식을 치렀다. 성년이 된다는 것은 물론, 성년‘식’을 치른다는 것도 조금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졌다.

 

성년식에 함께하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이게 모두 모여 잔치를 벌일 정도로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인가?’ 생각하며 의아하기도 했다.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막상 닥치고 나니 ‘성인’ 이라는 타이틀이 새삼 부담스럽고 그랬다.

 

성년식 당일 농사를 갔다 돌아와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는데, 성년이 되는 다짐에 대한 글을 써 보내야 했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주제라 고민스럽고 어려웠다. 금기 없이(?) 산지 이미 1년이 넘었지만, 어떠한 사람으로 살아가겠다는 계획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참에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을 좀 해보았다.

 

‘그래, 성숙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 되자! 즐거운 마음으로 살며 힘든 일을 피하지 말자.’ 라고 완성했다. 다소 흔한 말들이지만 2015년 5월 이후의 삶에 대한 나의 진심과 각오를 듬뿍 담아 써낸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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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성년식의 주인공이 되어보니 정말 즐거웠다.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는 것도 기뻤고 작년에는 알지 못했던 친구들과 함께 성년식을 치를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기도 했다. 시작 전에 느꼈던 민망함을 다 잊을 만큼 축하를 받으니 정말 기분이 좋았고, 마치 졸업식 날처럼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평생 기억에 남을, ‘의례’란 것을 처음 해봤는데 화관도 처음 써보고(평소 주목 받는걸 창피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어른됨을 그저 당당하게 술 마시고 진탕 놀러가는 것으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하자라는 마을 안의 영셰프로서 참여하게 되니 상냥하고 친절한 보살핌과 존중을 받는 듯 했다.

 

기억도 나지 않는 백일이나 돌 같은(주인공인 듯 주인이 아니었던) 의례가 아닌, 내가 그간 자라온 시간과 이후의 삶을 축하해주는 의례라니… 이번에 정말 좋은 기회를 얻은 것 같다.

 

이번 성년식을 통해 성년이 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성년이 되었다고 내가 변하는 것도 아니고 ‘넌 이제 어른이야’ 하고 세상으로 던져지는 것도 아니다. 조금 더 생각을 확장하자면, 앞으로의 시간 속에서 나의 역할이 좀 더 커지는 걸 받아들이면 될 듯하다. 마음 상하는 일에 이전보다 덜 울고, 속으로만 쌓아두었던 말들을 잘 꺼내 전달하면서, 한 살 한 살 이전보다 성숙해지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 될 듯하다.

 

처음으로 받아본 화관을 써보며 즐거워하던 내게, 열심히 만든 아이싱 쿠키를 건네는 17세 동기들이 고마웠고, 축하해주는 어른들께 감사하며, “어느 때, 어떤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경험인가!”를 깨닫게 해 준 올 봄, 나의 성년의 봄은 여느 때보다 훨씬 더 신선(?)하고 뜻 깊었다.

 

한현정(라임, 영셰프스쿨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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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이 되면 하자마을은 성년을 맞은 젊은 주민들을 주인공으로 한 성년식을 엽니다. 이들의 성장을 지켜봐온 부모와 친구, 교사와 멘토 등이 다 한 자리에 모여 덕담을 주고 받고, 음식을 나누고, 노래를 즐기는 마을축제입니다. 올해에는 성년식의 주인공 중 한 사람인 영셰프스쿨 6기 라임이 자신의 마음을 담은 글을 주었습니다.

 

성년식 영상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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