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가는 고양이’의 집들이 ‘興’

작성자 haja | 작성일 2015-06-01 03:00:39

‘소풍가는 고양이’의 집들이 ‘興’

 

하자마을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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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걸음

 

소풍가는 고양이(이하 소고)를 창업했을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앞으로의 3년’이었다. 음식업계에서의 창업은 3년 만에 50% 이상이 실패한다. 서울시와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발간한 ‘2014년도 서울 자영업자 업종지도’에도 나와있는 통계 수치다.

 

실제로 그동안 성미산마을에서 한 자리를 지키며 망해나가는 가게들을 수없이 봐왔다. 그래서 우리는 창업 후 3년이 되기까지 흑자보다는 버티기를 중심으로 열심히 일했다. 망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했다. 그래서 실수가 발생하면 홀 테이블에 앉아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고, 큰 주문이 있는 날엔 전날 밤을 새며 준비했다. 그렇게 3년을 버텨냈지만, 우리는 특별한 축하모임을 갖지 못했다. 망하지 않고 버텨 낸 것에 대하여 각자 자부심을 느끼고, 앞으로 소고의 발전이 기대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3년간 주문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주문해 주시는 소중한 단골들이 생겼고, 조금만 주문량이 많아도 정신없었던 어설픈 시절과는 달리 능숙하게 해내는 노련함이 생겼다. 이제 망하는 것을 두려워 할 때가 아닌, 본격적인 성장을 할 때가 온 것이다.

 

계산대로라면 창업 4년차에 접어든 2014년 5월부터 소고가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한 첫 해라고 볼 수 있다. 그때 우리는 ‘연금술사 일학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비진학 미취업 청소년/청년들을 대상으로, 일하며 배울 수 있게 한다는 목적이었다. 후배들이 6개월간의 과정을 무사히 마친 후, 바로 면접(입사) 단계에 들어가는 다소 빠듯한 과정을 보며 내심 뿌듯했다. 그만큼 내부 체계가 잡혀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소고가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한 마당에 ‘연금술사 일학교’라는 교육 프로그램이 추가되어 내심 염려됐지만, 그간 쌓아온 노련함 덕분이었는지 다른 활동들로 바빴음에도 주문은 차질없이 소화했다.

 

올해는 일학교를 수료한 후 소고에 입사한 후배들과 동료 관계로 함께 일하고 있다. 이는 내게특별한 경험이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일을 가르친다는 건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타인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던 내가 이렇게 발전한 것은, 힘들었던 시간을 함께 했고, 앞으로도 함께할 동료가 있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4주년 기념과 확장 이사를 기념하는 집들이를 한다. 꾸준히 지켜봐주신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성원에 힘입어 드디어 진짜 우리 매장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짐 옮기기부터 기물 배치, 청소를 함께 했고, 커뮤니티 룸의 가구도 선배와 후배가 함께 직접 만들었다. 어느 하나 남의 것이 없는 지금, 우리는 마냥 행복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이만하면 소고의 본격적인 성장을 위한 ‘첫 걸음’을 잘 뗀 것 같다.

 

 

# 집들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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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 토요일 오후 3시. ‘소풍가는 고양이’ 창업 4주년과 내 집 마련을 기념한 집들이 ‘興(흥)’을 시작했다. 입구에 설치된 자석 방명록은 사회적기업 ‘문화로놀이짱’에서 제작한 것으로 버려진 나무토막에 자석을 붙여 재활용했다. 손님들이 방명록에 정성껏 적어준 축하 메시지는 집들이 후에 액자로 만들어 보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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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들이에 빠질 수 없는 건 역시 먹거리! 도시락/모임 밥상(케이터링)/다과를 전문으로 하는 소고의 실력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이다. 손쉽게 드실 수 있도록 한 접시에 단호박찜, 쌈밥, 두부요리, 과일피클을 정갈하고 예쁘게 담아냈다. 다과는 성미산마을기업 좋은날협동조합에서 선물해주신 더치커피에 소고에서만 맛볼 수 있는 콩가루볼과 오미자차를 곁들였다.

 

이번 집들이는 20분 간격으로 볼거리 하나씩을 마련했다. 3시 20분엔 현재 소고 구성원들의 모습이 담긴 맛보기 다큐 영상과 2011년 당시의 짧은 영상을 상영했다. 3시 50분엔 2012년부터 지금까지를 사진으로 회상하는 슬라이드쇼, 4시 10분엔 소고의 청소년/청년 구성원들의 글을 들어보는 ‘낭독의 발견’, 4시 30분엔 소고의 청소년/청년 요리사들이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즉석 요리 시식’, 4시 50분엔 전 구성원들이 함께 ‘유자차’를 부르며 집들이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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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소고 구성원들의 가족, 친구와 소고의 오랜 단골들, 지금의 소고가 있기까지 응원과 격려,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고마운 분들, 성미산마을 주민 등 약 60여 명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집들이가 끝났다. ‘興(흥)’에 담긴 여러 뜻을 많은 분들과 되새기며 기쁜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성미산마을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길 찾기가 어려운데도 골목 골목을 헤매며 기꺼이 와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더 많은 분들을 초대하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장차 10주년 때는 좀 더 많은 분들을 모시고 근사하게 잔치를 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때까지 요령 피우지 않고, 꾀부리지 않고 맛잇는 음식을 만들어야겠다.

 

나종우(쫑, 소풍가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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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는 2010년 하자센터 내에서 대학을 진학하지 않은 18~24세 청소년/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일학습 프로젝트로 출발하여 2011년 참여 청소년/청년과 함께 성미산마을에 도시락으로 좋은 삶을 만드는 작은 회사 ‘소풍가는 고양이’를 창업했습니다. ‘소풍가는 고양이’는 친환경 도시락 배달 주문을 주종으로 하는 ‘청소년 주식소유기업’으로 손님에게 정직하고 안전한 밥상을 제공하고, 차별 없는 공정한 일터를 만들어감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글을 쓴 나종우(쫑)도 청소년 시기부터 소고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청년 멤버로서 지금은 후배 청소년들에게 멘토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소년/청년들은 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하며 미래를 계획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연금술사는 이런 청소년/청년에게 따뜻하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자립을 위한 돌파구를 찾도록 교육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서울특별시 ‘혁신형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었으며 2014년에는 하자센터와 함께 연세대, JP모간이 함께하는 청(소)년 대상 현장 연계 교육사업인 ‘자생, 삶의 기반’ 사업 중 비진학 청(소)년의 지역 기반 일자리-진로교육 통합 모델인 ‘연금술사 일학교’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소풍가는 고양이’는 2011년 5월 31일 마포 성미산 마을 모퉁이의 작은 가게에서 첫 걸음을 떼었고, 이제 소행주 4호점에서 두번째 도약을 합니다.  5년만에 새 집을 마련한 소고의 여러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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