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 쪽방동네와 함께한 ‘주섬주섬 프로젝트’

작성자 haja | 작성일 2015-09-01 04: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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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동 쪽방동네와 함께한 ‘주섬주섬 프로젝트’

 

 하자 목공방 소식

 

주섬주섬 프로젝트_게시판(揭示板)

 

; 여러 사람에게 알릴 내용을 내붙이거나 내걸어 두루 볼 수 있도록 붙이는 판(板)을 주섬주섬 함께 만드는 프로젝트

 

‘동자동 쪽방동네(서울역 쪽방촌)’에서 중요한 소통 도구로 사용되는 ‘게시판’ 50여 개.

 

누구나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세상이지만 동자동 쪽방동네 사람들은 마을 게시판을 통해 중요한 정보를 얻습니다다. 이런저런 행사부터 교육 일정, 한 끼를 함께하는 식사까지 일상 속 요긴한 소식들이 쌓이고, 또 임자를 찾아갑니다. 번듯하게 디자인된 제작물은 없지만 자연스럽게 몇몇 주민들이 게시판을 관리하고 있을 정도로 활용도가 높은 편입니다.

 

‘서울역 쪽방상담소’와 ‘도시연대’는 주민들의 소통 창구가 되는 이 게시판에 주목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잊혀져 가고 있는 게시판 문화를 이 곳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보고자 한 것입니다. 기왕이면 게시판을 예쁘게 만들어, 알차게 채워나갈 일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공작단’이라는 이름으로 모였고, 그 첫 시작을 하자센터가 함께했습니다. 잘 만들어진 게시판을 매개로 마을을 가꿔 나가는 사람들이 한 둘씩이라도 꾸준히 모이길 기대하며 이렇게 ‘주섬주섬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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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섬주섬 프로젝트’에 참여한 하자센터의 첫 활동은 마을을 둘러보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서울역 쪽방촌’이라는 말을 듣고 일단은 기대 반, 걱정 반 마을을 둘러보았습니다. 어린 시절 동네 모습이 이렇지 않았을까요? 이미 지나치게 도시화, 거대화되어버린 서울 속에서 이 곳은 슬럼(slum)의 어감이 강한 ‘쪽방촌’이라는 말보다 “동자동 쪽방동네”라는 말이 더 어울렸습니다. 외려 소박한 모습에 정감이 갔습니다. 물론 마냥 낭만적인 곳은 아닙니다. 대낮에도 술에 취해 있는 길 위의 사람들, 낯선 이들을 경계하는 시선, 도움에 익숙해져 과해진 관심이 공존하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주민 대표와 만나 게시판을 비롯해 마을 전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분이 자발적으로 형태도 없는 마을 게시판을 관리해 왔습니다.

 

“스마트 기기들이 지천인 시대에 왠 게시판?“ 많이들 의아해 하겠지만 이곳 ‘쪽방동네’에서 게시판은 한 끼 식사, 생필품 등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media)입니다. 이 게시판이 잘 관리 되지 않으면, 누군가는 끼니를 거르고, 또 누군가는 추운 겨울을 보내게 됩니다. 삶의 절실함을 담고 있는 매체인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종종 이기적인 사람들에 의해 게시물이 훼손되거나 분실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잘 만들어져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게시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손의 감각을 깨워 스스로 가꿔가는 마을’. 하자센터 공방에서 기대하는 마을 기반의 작업이었기에 이번 프로젝트는 매우 흥분되었습니다. 마을 주민들, 서울역 쪽방상담소 소장님과 계속 소통하며 기획에 들어갔습니다. 안전하면서 주변과 어울리고, 또 이용자들 모두 편하게 쓸 수 있는 게시판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또한 주민들이 직접 ‘공작단’이 되어 작업을 함께하는 방법도 고민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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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현장에 게시판을 작업하는 날이 왔습니다. ‘공작단’으로 모인 마을 주민, 봉사자, 상담소 직원, 하자센터 판돌들이 함께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마포 성미산마을 ‘가제트 공방’에서는 쪽방용 수납공간 작업을 함께 진행해 주셨습니다.

 

프로젝트 이름처럼 공작단이 주섬주섬 뭔가 만들고 있으니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셨습니다. 처음에는 뭐 공짜로 주는 건가 싶어 오셨던 분들도 마을 게시판을 만들고 있다고 하니 “진작 좀 하지! 멋지네! 뭐 좀 거들 것 없나?”하시며 적극적이었습니다. 흔쾌히 자기 집 벽을 게시판 자리로 내어 주고 아이디어까지 낸 분도 나왔습니다. 이날 모두 세 개의 게시판이 제작되었습니다. 일단은 주민들 동선을 고려해 가장 많이 오가는 곳에 배치했습니다.

 

‘non-verval(넌버벌)’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백 마디의 말보다 한 가지 작업물로 그 깊은 함의를 설명해 낼 수 있는 제작/공연/예술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주섬주섬 프로젝트’가 바로 그랬습니다. 동자동 쪽방동네의 소통 창구인 게시판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마을살이’가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마을 주민들을 비롯해 선의를 가진 여러 커뮤니티들과 함께 작업하는 즐거움도 컸고요. 매우 신나는 일은 동자동 쪽방동네에만 50여 개(!)의 게시판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관심있는 개인, 동아리, 모임은 언제라도 하자센터 커뮤니티 목공방 문을 두드려 주세요. ‘주섬주섬’ 함께 해봅시다. wons@haja.or.kr (원쓰)

 

글| 원성은(원쓰, 기획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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