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이 자전거 타 볼까” 하자작업장학교 중등과정의 자전거 프로젝트

작성자 haja | 작성일 2015-09-02 04: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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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이 자전거 타 볼까”

 

자전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하자작업장학교 중등과정 청소년들의 제안

 

8월 21일부터 8월 22일까지 이틀간 에너지기후행동캠프가 하자마을에서 열렸다. 15개 단체가 공동으로 꾸린 2015에너지기후행동캠프 기획단 주최로 열린 에너지기후행동캠프는 기후문제 해결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위해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너른 마당으로 4년 전부터 시작하였다. ‘탈탈원정대가 들려주는 에너지’를 시작으로 인간과 환경, 에너지와 사람이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토론과 강연, 전시와 체험, 비전력 콘서트가 이어졌다. 이번 캠프에서 하자작업장학교 중등과정은 자전거면허시험과 자전거행진 가이드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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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째 날, 자전거면허 프로젝트

 

중등과정에서 지난 봄 학기 자전거 수업 때 중점적으로 다뤘던 자전거 면허시험을 에너지 기후행동캠프에서 처음 시도해보았다. 몇 달에 걸쳐서 강습 내용, 필기시험, 실기시험 코스를 준비한 자전거 면허 프로젝트였다. 하자작업장학교 중등과정 수업 중에는 자전거 공방수업이 있는데 우리 나이 또래에서 자전거에 대해 배운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우리가 알게 된 안전하고 신나게 자전거 타는 방법을 다른 사람들도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자전거 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해 자전거를 공부하고, 안전하게 자전거 타는 연습과 훈련을 통해 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 사람들과 자전거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들 때문에 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자전거를 잘 탈 수 있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었다.

 

 

자전거 면허시험을 보기 전에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는 방법과 자전거를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 강습하는 시간이 있었다. 설명할 때 말로만 하면 지루하기도 하고 이해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 자전거를 직접 가져와 설명을 했다. 연습할 때에 다들 더듬고, 정리도 잘 안되었던 터라 불안정한 상태로 시작했다. 그래서 불안하기도 하고, 긴장도 많이 됐다. 시작할 때 준비한 원고를 최대한 보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빼먹은 말도 있었다. 그래도 들어주시는 분들이 호응도 잘 해주시고 잘 들어주셔서 우리도 잘 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긴장되었던 강습 시간이 끝난 뒤 두근두근 필기시험이 진행되었다. 총 20문제인데 70점 이상이면 통과. 제한시간은 단 15분. 면허시험 응시자는 약 스무 명. 어린이부터 중년층까지 다양한 세대가 참가했다. 필기시험이 시작되었고 정적이 맴돌았다. 순식간에 끝이 났다. 필기시험 채점 결과. 과연. 평균점수 90점으로 모두 합격! 필기시험 마지막 문제는 “자전거 타는 게 좋은 이유를 자유롭게 써주세요.” 였는데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바람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환경에 피해가 가지 않고 단순히 내 몸의 에너지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서

-용돈을 절약할 수 있어서

-자유를 느낄 수 있다

-운동을 해서 살이 빠지고 건강해진다

 

 

전원 합격의 쾌거를 이루고 실기시험이 진행되었다. 실기시험에는 수신호, 교통법, S자 코스, 커브 돌기, 자전거 타기 전 점검사항, 주차까지 해서 자전거 이용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항들을 보는 시험이다. 이 실기시험 과정을 마치고 나면 자전거 면허가 발급된다. 아직 면허증 디자인을 하지 않아서 정식으로 발급하지 않고 임시로 합격자들의 팔에 도장을 찍어주었다. 총 합격자는 10명. 아쉽게도 몇몇은 실기코스를 통과하지 못하기도 했다. 다음에는 실기코스 불합격자를 위한 과정을 생각해봐야 할 듯하다. 첫 술에 배부르랴. 자전거 면허 프로젝트를 실제로 한 번 해보았으니 어떻게 하면 더 체계적으로 할 수 있을지 다시 고민과 상상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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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둘째 날, 자전거 행진

 

둘째 날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변화와 에너지문제 해결을 위한 선언을 하기 위해 이동할 때, 탄소배출을 하지 않고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자전거를 이용하여 행진하였다. 캠프를 시작하기 전날 중등과정 몇몇이 자전거 행진 예행연습을 다녀왔다. 처음에 출발할 때는 평소 라이딩을 할 때 찻길로 꽤 다녀서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여의도 쪽으로 들어서면서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승용차에 대형 버스들도 많았고, 자전거 전용도로는 택시 승강장이 되어 있어서 갈 길이 없었다. 버젓이 자전거 전용도로에 주차한 승용차와 택시, 버스들도 많았다. 그걸 보고 ‘자전거 행진처럼 큰 행사가 아닌 평소 자전거를 타면 불편하고 위험할 때가 많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자전거 행진이 걱정되기도 했다.

 

 

자전거 행진은 60~7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였다. 행진에 참가하는 자전거에는 “기후는 미래의 인권이다 / 자전거 도시는 푸른 지구를 위한 첫 걸음 / 핵노답! 신규원전 전면 중단하라 /세 계기후협약, 우리도 제대로 된 온실가스 감축 약속하자” 등의 메시지가 담긴 피켓을 달았다.

 

 

중등과정은 행렬 중간 중간에 섞여 수신호를 전달하고 가이드 역할을 맡았다. 행진 코스는 자전거 전용도로도 아니었고, 토요일이라서 차들도 엄청 많았다. 긴장도 됐지만 이렇게 긴 행렬에 작업장학교 중등과정이 가이드 역할을 맡다니 정말 뿌듯했다. 부담감과 책임감이 엄청났다. 출발 전 행렬을 맞추고 “에너지 전환, 기후 행동!” 구호를 외치고 출발했다. 약 40분 정도 자전거행진이 진행되었는데 자전거를 제법 타본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편안하게 갔다. 대열도 잘 지켜졌다. 비록 앞쪽에서 수신호를 늦게 주기도 하고, 그냥 머리를 긁는 행동을 수신호인줄 알고 따라했다가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런 것도 재미라고 생각하고 탔다. 자전거 행렬 중간에 버스가 끼어들어와 행렬이 끊어져 위험한 상황도 있었지만 큰 사고 없이 국회의사당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자전거를 주차해놓고 보니 정말 많았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선언문 낭독도 하고 “에너지 전환! 기후 행동!”이라고 마지막 구호를 외치며 자전거 행진이 끝이 났다.

 

 

이틀간의 캠프를 통해서 그간 해왔던 자전거 프로젝트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지구를 위한 시민선언대회 선언문에 실린 말처럼 “플러그 하나만 꽂으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또한 “무분별하게 사용한 화석연료와 핵연료로 기후변화와 생태계가 파괴되어가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자전거로 해 볼 수 있는 일을 해보려고 한다. 차도에 밀려나고, 인도에 밀려나 자전거 한 번 타려고 하면 큰 맘 먹어야만 탈 수 있는 게 아니라 신나고 안전하게 자전거를 친구와 함께 탈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 자전거 면허시험에 관한 참고서를 만들고 실제 면허증이 발급할 수 있게 준비하려고 한다. 또 하자마을에 버려진 자전거를 정비하고 재조립해서 자전거 대여소를 오픈할 생각이다. 한 달에 한 번은 청소년 그룹들과 함께 단체 자전거행진을 할까 생각도 한다. 하자마을을 청소년 자전거 중심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상상도 해보고 있다. 우리의 상상이 어디까지 가게 될지 모르겠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자전거 면허시험에 응시한 뒤 하자마을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우리와 함께 자전거로 행진하며 달려보면 어떨까?

 

 

글 | 양희주(마늘, 하자작업장학교 중등과정), 임산(산이, 하자작업장학교 중등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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