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노란 리본 : 상처를 함께 치유하다

작성자 haja | 작성일 2015-10-07 09:32:58

또 다른 노란 리본 : 상처를 함께 치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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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제7회 서울청소년창의서밋에 게스트로 초대되었던 홍콩창의력학교 저 초이(Ger Choi) 교사가 홍콩 온라인 매체인 <The Stand News>에 쓴 기사를  번역해 소개합니다. 저 초이를 비롯한 홍콩창의력학교 교사 및 학생들은 한국 일정 중 안산 단원고 등을 둘러보고 세월호 어머니들을 만났습니다.

 

  

한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2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과연 1년 후의 상황은 어떨까. 평범한 홍콩인으로서 나는 어떤 추모공간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보았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예상하지 못햇다.

 

 

학교는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까. 설명을 해 준 이가 이 고통은 그냥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확고하게 말했다. 한 한국 친구는 이 사건으로부터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이제 그만 두라고, 미래를 보라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한국 정부의 처리 방법은 보상이며 현실적인 심리적 지원 같은 것은 거의 없었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이 형을 받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의문점은 아직도 많다. 1년이 지난 지금도 가족들이 진상 규명을 위해 함께 투쟁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는 자녀를 잃은 두 명의 어머니와 만났다. 그들은 정부가 생명을 존중하지 않은 것에 가장 분노하고 있었다. 아들이 죽은 원인을 알고 싶어 했다. 사건 조사는 정부와 경찰이 해야 할 몫이나 지금은 가족들이 하고 있다. 그들은 1년 동안 광화문 광장에서 지냈다. 세월호 1주기 때는 경찰이 시위대를 흩어지게 하려고 최루액을 사용했으며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졌다. 자녀를 잃은 고통을 겪은 가족들의 상처에 소금이 뿌려진 격이다. 그들은 정부가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바꾸길 바라며 이 사건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가족들 사이의 단결된 힘은 무척 인상적이다. 가족들은 같이 싸우며 상처를 치유한다. 이들은 안산시에 사무실을 설립하고 일을 나눠 할 뿐만 아니라 함께 생활하며 고통을 나눈다. ‘엄마의 이야기 공방’에서는 엄마들이 모여 수공예품을 만들어낸다. 판매한 수익금은 세월호 활동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증된다. 아이를 잃은 고통을 이해하기 때문이란다. 이 이야기를 하는 어머니들의 눈동자가 빛났다.

 

 

한 학생이 왜 노란 리본을 사용하는지 물어보았더니 어머니들은 희망과 광명을 상징한다고 답했다. 이야기하다 잠시 조용히 흐느끼기도 했던 한 어머니는 원래 노란색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건 후에 노란 색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짧은 머리를 가리키며 사람들에게 노란 리본의 의미를 알려 주기 위해 노랗게 염색했다고 말했다.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희망과 광명에 대해 이야기했다. 갑자기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뭔가가 움직였다.

 

이들은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같이 하고, 고통을 서로 나누면서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이와 같은 일이 홍콩에서 일어났다면 어땠을지 생각해 보았다. 홍콩 사람들은 함께할 것인가? 아니면 어려움에 직면해 힘없이, 또 희망 없이 고립된 개인으로 돌아갈 것인가?

 

 

이런 고통을 간단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지금도 그들의 불행과 절망은 끝나지 않고 있다.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냉랭하다. 가족들은 앞으로도 걸어야 할 길이 고단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함께 걸으려 한다. 통역을 맡고 있는 이가 어머니들에게 홍콩에서도 노란 리본은 우산운동을 상징한다고 알려주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다시 통역으로 전달받기도 전에 어머니들의 눈빛을 보고 알았다. 우리의 운명이 노란 리본으로 연결되었다는 것을.

 

글 / 저 초이(홍콩창의력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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