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영화, 사람들이 함께한 날

작성자 haja | 작성일 2015-10-31 01:56:22

자전거와 영화, 사람들이 함께한 날

하자공방 소식

자전거 공방이 처음 문을 열었던 2012년에 많은 이들이 오며 가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때 자전거 다큐를 만들기 시작했노라며 나중에 완성이 되면 다시 연락하겠다던 감독이 한 분 계셨습니다. 공미연 감독인데 최근 ‘자전거 다큐’가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오면서 연락이 닿았습니다. 3년 만에 만들어온 다큐 작품 <자전거, 도시>를 이번에 하자에서 상영하게 된 이야기와 자전거 정거장의 자전거들이 드디어 비를 맞지 않게 된 과정도 전하고자 합니다.

다큐 <자전거, 도시> 상영회

layout 2015-11-3

<자전거, 도시>는 한국의 도시 형성 과정에서 경험한 지역개발의 폭력성, 마을 공동체의 붕괴와 같은 ‘도시’와 ‘삶’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입니다. 한국사회가 살아가는 속도의 정치학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고요. 영화에서 자전거는 물리적 공간과 정신적 공동체를 연결해 내는 매개가 되고 있습니다. 자전거는 한국의 도시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끊임없이 위협당하고 배제되지만 쉬지 않고 자기 자리를 찾아가려 합니다. 뽑히고 부서지고 매몰당하는 것들, 원래 있어야 할 것들을 지키기 위한 삶의 원형들 속에 영화를 이끄는 주인공들의 목소리가 담겨져 있습니다.

– <자전거, 도시> 소개 중에 –

 

<자전거, 도시>, 처음 듣는 영화라고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일반 극영화처럼 대대적인 홍보는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대신 이 사람, 저 사람의 입을 통해서, 또 마음과 마음을 통해서 서서히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현재까지 전국에서 총 17회나 상영되었다고 합니다. 누적 관객 수 약 240명, 평균 관객 수 약 14명.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보는 일반 영화와는 달리 ‘작은 다짐, 작은 바람’을 품고 일부러 찾아와 보는 관객들이기에 더욱 소중한 숫자입니다.

 

이번에 하자센터에서의 상영회도 3년 전에 ‘자전거 다큐’를 만들겠노라는 공미연 감독님의 다짐을 기억하고 있던 차에 최근 인연을 맺은 한 작업자가 다리를 놓으면서 이뤄졌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조금 서두른 탓에 홍보를 충분히 하지 못해서 조금은 적은 수의 관객들이 모였지만, 2시간 20분이나 되는 러닝타임 내내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습니다.

 

상영이 끝난 후에는 공미연 감독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고 진지한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Q.다큐를 제작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강과 자전거의 접점은 무엇인가요?(하자작업장학교 청년과정 강화경)

Q.자동차 교통체증 영상, 불편한 인도를 달리는 장면 등 인서트 하나하나가 너무 길다는 느낌입니다. 의도하신 건지요? (자전거문화살롱 대표 리싼)

Q.아파트 등으로 단절된 도시 인프라 개선이 어려워서 일단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을 하는 건지요? 서울시 자전거 정책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학생 K)

Q.자전거를 적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사람들의 인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시민)

 

생각보다 다양한 질문이 끊이지 않았는데 감독님의 대답이 궁금하신 분들은 주위 분들을 초대해 상영회를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상영회 신청방법은 간단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하자센터엣도 이후 청소년들과도 함께 보는 자리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도시> 상영회 신청안내 : http://blog.daum.net/docuurang/13

 

“자전거는 차와 사람의 중간자라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이야기했던 한 시민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이번 상영회, 그리고 앞으로의 상영회를 통해 자전거가 주말에 일부만이 즐기는 ‘레저문화’의 상징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일터를 이웃 그리고 도시 전체와 연결해 주는 ‘소통’의 상징으로 인식되기를 바래봅니다.

 

하자자전거정거장에 지붕과 게시판이 생기다

layout 2015-11-3 (1)

하자센터 마당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하자자전거정거장의 지붕과 다용도 게시판이 드디어 완성되었습니다. 그간 작업 일정이 지연되어 한동안 비를 맞고 있던 자전거들이 드디어 보금자리를 찾은 것이죠. 지붕에는 자재를 올리고 고정시켰고, 뼈대만 있던 정거장 측면과 뒷면은 하자센터 목공방이 손을 보태 다용도 게시판으로 변신시켰습니다.

그러나 하자자전거정거정이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이 정거장을 기반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누구와 만날지, 함께 무엇을 할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일단은 11월에 자전거정거장의 단골인 하자작업장학교 중등 청소년들이 정거장의 내용을 채워갈 고민을 같이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다양한 하자마을 주민들과 지역 주민들도 마음을 보태줄 거란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한 달 후에 또 어떤 소식을 전하게 될지 기대해주세요. 궁금하신 분들은 오며 가며 들러서 의견 보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 박정규(미라클, 기획1팀)

 

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