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자전거 프로젝트, 마을로 향하다

작성자 haja | 작성일 2015-11-27 02:42:29

생활자전거 프로젝트, 마을로 향하다  

  
하자공방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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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카고바이크 소식을 기억하시나요? 우여곡절 끝에 두 대를 제작해 영등포에서 국회까지 이어진 ‘에너지기후행동캠프’의 행진에 참여해서 신나게 도로 위를 달렸던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너무 무겁고 길어서 새로운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덧붙여 드렸습니다. 혼자 들 수 있을 만큼 가볍고, 크기와 길이도 적당하며, 초보자도 운전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보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새로운 모델을 제작하지 못하고 낙엽이 떨어지는 늦가을을 지나고 있습니다.

우선은 곧바로 제작하기 보다는 다른 사용자들의 경험담도 듣고, 현재 모델로 피드백도 받아보자 싶어 다른 마을들을 방문했습니다. 먼저 하자 이웃인 영등포 지역의 생활자전거들을 찾아보았고, 이미 카고바이크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그룹들과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자주 방문하는 노들텃밭 김장하는 날에는 카고바이크를 이용해 일손을 보태기도 했습니다.

  
이웃들 만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우선 덴마크의 심볼 ‘크리스티아니아 바이크’를 먼저 소개합니다. “크리스티아니아 바이크는 코펜하겐시 동쪽 버려진 해군기지 터에서 1971년부터 히피, 예술가, 젊은 사회 운동가들이 자리잡아 만들어진 문화 예술 공동체 혹은 새로운 대안 마을 크리스티아니아에서 만들어진 자전거를 일컫는다. 약 900명의 주민들은 물질의 가치로 결정되는 삶을 거부하고 작은 일 하나에도 모두의 의사를 표결해 결정하는 직접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데 이 작은 공동체 부락에는 자동차가 없다. 허락된 유일한 교통수단은 자전거 뿐. 1978년 문을 연 크리스티아니아 대장간에서 처음 침대 프레임을 이용해 짐을 옮길 수 있는 카고 바이크를 만들어 자신의 약혼녀에게 선물한 대장장이의 아이디어가 시초가 되었다. 1984년 처음 이 자전거의 판매가 이루어진 후 덴마크 자전거 문화에 한 획을 긋는 발명이 되었을 뿐 아니라, 해외 수출까지 이어져 덴마크의 심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 자료출처 : http://storyball.daum.net/episode/11985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시작된 카고바이크는 3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집배원, 영유아를 동반한 부모,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어르신, 소규모 창업 준비자 등에게 ‘가장 빠르고 편리한 교통수단’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국토의 대부분이 평지이며 안전하게 정비된 자전거 도로(코펜하겐 시내 자전거도로 총 411km)와 안전한 교통 시스템을 갖췄고 무엇보다 3~6세가 되면 자전거 교육을 통해 자전거가 즐거운 놀이이자 일상이 되는 사회 분위기가 있습니다. 국민들 스스로도 자전거의 장점을 잘 인식하고 있는 것도 큰 이유입니다. 자전거 통근률이 50%를 넘는 풍경 속에 카고바이크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현재 자전거의 교통 부담률인 2.1%인 한국 상황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도로에 나가는 것 자체도 두려운 실정입니다. 카고바이크를 제작하면서도 생활자전거보다 크고 느린 속도로 도로 위를 달리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다행히 비슷한 생각을 했지만 몇 년 동안 꾸준히 실험하고 있는 두 청년그룹이 떠올라 그들의 작업장을 방문해 생생한 경험담을 들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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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소개할 팀은 오늘공작소입니다.
 
“2013년 1월 16일 문을 연 오늘공작소는 지금 이 순간의 가치를 깨닫고, 이를 기반으로 우리를 위한 세상을 꿈꾸는 청년들을 위한 소셜 플랫폼입니다. 오늘공작소는 내일이 아닌 오늘을 행복하게 살기를 실천하는 곳입니다. 초기에는 직장인들, 대학생들, 사회적기업에 있던 활동가들이 모여 같이 책을 읽고 어떻게 하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자리를 주기적으로 가졌으며, 청년과 지역 문제를 동반으로 해결하기 위해 ‘위키서울’이라는 서울시민 아이디어대회에 참여하였습니다.망원 전통시장에서 전통시장 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망원정’ 지역축제도 작년에 3회 진행하였고, 지역에 있는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들과 모여서 주기적으로 영화를 보는 문화 프로그램도 진행하였습니다. 1년에 한 번씩 청년들에게 인문학과 기술 강좌를 제공하는데요. 그 당시 했던 것은 카고바이크(짐을 적재할 수 있는 실용적 용도로 사용되는 덴마크의 조립식 자전거)를 직접 만들거나 용접하고, 가구를 제작하는 등 손을 직접 움직이면서 배워볼 수 있는 일을 했습니다.”

 

– 자료출처 : 서울잡스. http://seouljobs.net/youth-2005
 

– 오늘공작소 홈페이지 : http://www.todaymaker.com
 

오늘공작소의 망원동 사무실을 찾아 실제로 운영한 카고바이크 이야기를 프로젝트 담당자에게서 들었습니다. 망원동 지역은 차가 많이 다니지 않고 평지가 대부분이라서 카고바이크가 달리기 좋은 환경이었다고 합니다. 반경 700m를 오고 가는 거리에 주로 사용했고 크게 회전할 때의 위험성을 가장 신경썼다고도 합니다. 특히 실제 사용자의 패턴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하자의 카고 바이크 작업에 대해 듣고는 도로 환경개선, 정책 지원 등 정부,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다소 시기상조라는 코멘트도 덧붙여 주었습니다.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을 겁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이야기하시구요.”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조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두 번째로 소개 할 팀은 은평구 청년허브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전거문화살롱입니다. 자전거문화살롱은 일상에서 재미있는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풀어가는 자전거 문화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모임입니다. 카고바이크에 식당을 차려 지역 초등학생들에게 미소를 선물하기도 하고, 서울 시내 유명한 거리들을 다니며 공연도 하면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팀입니다. 그들에게서 들었던 가장 인상 깊었던 코멘트는 “자전거를 얼마나 탁월하게 만드는 지도 중요하지만,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는가가 더 중요합니다.”였습니다.
 

– 자전거문화살롱 소개 : https://www.facebook.com/bicycleculturalsalon
 

오늘공작소, 자전거문화살롱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영등포 일대를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의외로 이 일대가 자전거가 달리기 어려운 환경인데도 일상 속에서 꾸준히 자전거를 활용하는 주민들이 많았습니다. 삼륜자전거가 실제 거리를 누비고 있는 모습도 보았고 바구니를 설치한 방법들도 다양했습니다.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기분이었습니다.
 

일단은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우선 최근에 제작한 카고바이크를 타고 노들섬으로 달려갔습니다. 평소 각종 프로그램을 함께하며 인연을 맺고 있으며 무엇보다 카고바이크가 달리기 좋은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침 가을 수확철이라 노들섬 센터 측의 배려로 배추 시래기, 무 등을 가득 싣고 시운전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흙길이라서 땅이 파이거나 물이 고여 있는 곳도 있었지만 신나게 페달을 밟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몇 가지 개선점을 발견했습니다. 며칠 동안 비를 맞아서인지 나무 부위가 조금 불어서 튀어나어기도 했고 브레이크도 조금 손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상자 크기도 1/2 정도로 줄여야 할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기고 했습니다. 카고바이크는 약 2주간의 시험운행 기간을 마치고 유지 보수를 위해 다시 하자센터로 가져 올 예정입니다.
 

이번 노들섬에서의 시험운행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습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해 보자는 방향을 잡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첫 시작으로 영등포 지역에서 자전거로 통학하거나 장을 보는 등 실제 자전거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들어보려 합니다. 작업에 손을 보태줄 좋은 작업자들도 찾아보려 합니다. 우선 올 겨울에는 청년허브에서 활동 중인 달자공방 팀이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이밖에도 다양한 팀들을 초대하는 작업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올 겨울에 피어날 또 다른 작은 변화의 씨앗을 기대해봅니다.
 

글 / 박정규(미라클, 기획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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