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시민학교(IPC) 교환학생 하나와 조이의 작별편지

작성자 haja | 작성일 2016-06-08 08:09:36
덴마크시민학교(IPC) 교환학생 하나와 조이의 작별편지
하자네트워크학교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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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센터는 전 세계 시민을 위한 자유학교인 덴마크시민학교(International People’s College)와 교류 협약을 맺고 매년 교환학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덴마크시민학교 학생인 이자벨라(Isabella), 조이(Michele), 하나(Philippa)가 하자에서 네트워크학교 학생들과 함께한 10주간의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하자를 떠나며 남긴 편지를 소개합니다.

 

 

 

ipc

 

 

 

#1. 하나의 편지

 

이상향을 만드는 일에 대하여
Building a Republic of heaven

 

우리 세 명이 한국, 그리고 하자에 온 지 어느덧 66일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내일이면, 우리는 IPC로, 그리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게 되겠지요.
저는 이곳의 모든 친구와 가족에게 작별을 고해야 하는 것이 슬프지만,
동시에 돌아가서 모든 친구와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기에 행복하기도 합니다.

 

떠나기 전에,  제가 좋아하는 책 <호박색 망원경 The Amber Spyglass>에 나오는 구절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요.
그러면 이별이 조금은 덜 힘들어질까 싶기도 해요.
분명 헤어짐의 고통이 줄지는 않겠지만, 조금은 더 의미 있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가장 중요한 곳은 지금 우리가 있는 바로 이곳입니다.
우리는 그 많은 어려운 것들이 되어야 합니다.
쾌활한 힘을 가지고, 친절하고, 호기심에 넘치며, 인내를 가지는 것 말이죠.
그리고 우리 모두는, 우리 각자의 세상 속에서, 공부하고, 생각하고, 열심히 일구어 나가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가 있는 바로 이 자리에서, 이상향(Republic of heaven)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처음 이 글을 읽은 건 아마 12살 즈음이었어요. 그때 이 글귀는 매우 아름답고 시적으로 들렸지요.
9년이 지난 지금,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통해 저는 이 문장 속에 담긴 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IPC에서 저는 매우 다른 세계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그리고 그들의 세계에서 가졌던 각자의 열망과 도전들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게 되었지요.
하자에서 함께 한 10주는 한국에 대한 많은 통찰을 주었어요.
여러분은 저에게 집과 거리와 도시,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었어요.
여러분은 한국 역사의 밝고 어두운 부분에 대해 들려주었고, 전통과 언어에 대해 알려주었어요.
저는 한국을 들었고, 보았으며, 향기를 맡고, 또 맛보았습니다.
아마 전 떠나기 전보다 세상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되어 집으로 돌아가게 되겠지요.

 

저는 많은 것을 공부하고 생각했으니, 이제 저의 세상과 집으로 돌아가 열심히 일구어 나가야 하겠지요.
저의 세상은 물론 덴마크입니다. 덴마크는 저의 조국이고, 제가 가장 잘 아는 나라이기도 해요.
그러나 덴마크 안에서도 저에겐 어떤 또 다른 세상이 있습니다.
제가 다른 세상과 사람들 속에서 배우고 경험한 모든 것들을 사용해낼 수 있는, 저만의 작은 세상이 말이죠.

 

저는 여러분 모두가 여러분만의 작은 세상을, 한국이든, 다른 그 어떤 나라에서든 찾게 되리라는 것을 압니다.
어떤 나라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여러분이 바로 그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선 지금은, 우리는 그 모든 어려운 것들을 해나가야 할 겁니다.
쾌활한 힘을 가지고, 친절하고, 호기심에 넘치며, 인내를 가지는 것 말이죠.
그리고 여러분은 이 세상과, 사람들, 그리고 여러분 스스로에 대해서 공부하고, 생각해야 할 겁니다.
열심히 일구어 나가다 보면, 그 어떤 때가 왔다는 것을 여러분은 알게 될 거예요.
여러분이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이상향(Republic of Heaven)을 만들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지금 헤어져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 하나(Philippa Agnieszka Spanger-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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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조이의 편지

 

하자에게,

 

우리에게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 찾아왔네요.
높은 밀도로 흘러간 10주의 시간에도, 저는 여전히 당신을 어떻게 규정지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조금 압도적이기도 해요.

 

우리 관계 사이의 거리는 언어적으로, 문화적으로 매우 멀어서, 저는 앞으로도 당신을 완전히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저는 당신 곁에서는 늘 무언가 조심스러웠어요.

 

그러나 그것이 당신을 존경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에요.
당신은 겸손합니다. 당신은 정제되어 있어요. 저는 자신의 신념에 그토록 헌신하는 누군가를 만나본 적이 없는 듯합니다. 가끔은 당신의 진지함에 겁이 날 때도 있었어요.
당신은 정중하고, 친절해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지요.
당신은 유별나기도 하고, 관습에 얽매이지 않아요.  그리고 가끔은 당신을 따라잡기가 힘이 듭니다.

 

가끔 당신은 일 중독자 같아요. 당신은 그저 즐거움을 위해 무언가를 읽는 시간이 충분치 않은 듯해요.
당신은 대부분 어떤 책임감으로 책을 읽는 듯했고, 그게 저는 가끔 슬퍼지기도 했어요.
조금은 책임감을 내려놓는 삶이, 덜 가치 있는 삶은 아니라는 저의 의견에 당신은 반대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가끔 당신이 스스로에게 좀 더 너그러워지기를 바랍니다.

 

당신은 저의 에너지를 모두 소진시켜 버렸어요.
당신이 저에게 바라는 만큼이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당신은 저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던 것 같아요.
우리의 관계는 흥미롭고, 많은 것을 얻었지만, 쉽지만은 않았어요.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하려는 것은 아니에요.  당신은 저를 너무나 잘 대해주었어요.
우리가 함께한 이 놀라운 순간들을 저는 늘 애틋한 마음으로 돌아보게 될 거예요.
우리가 함께 웃었던, 춤추었던 기억들과, 함께 나눴던 대화들. 그리고 해남으로 떠났던 그 주말을요.

 

고마워요 하자. 당신은 제가 조금 더 정치적일 수 있는 용기를 주었어요. 그리고 제가 조금 더 인내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었어요. 당신은 당신이 만나는 모든 이에게 놀라운 영향을 준답니다. 진심으로요.
하지만 저는 당신과 맞지 않아요. 미안해요. 그렇지만 이건 당신 때문이 아니에요. 제가 그렇기 때문이에요.

 

저에게는 친구가 하나 있어요. 그녀의 이름은 덴마크시민학교 입니다. 그녀는 가끔 조금 이기적이여 보이고, 게으를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녀는 매우 따뜻하고, 열려있으며, 이 세상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비록 그 관심을 표현하는 방식이 생산적이지는 못할지 모르지만요. 그녀는 많은 생각들을 하지만, 그것을 행동해낼 용기는 아직 부족해요.

 

하지만 저는 당신이, 그녀가 되고자 하는 만큼의 행동하는 시민이 되게끔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긴장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할 줄 알아요. 그리고 그녀는 스스로를 사랑하지요.
그녀는 당신 역시 사랑할 겁니다.
당신에게는 그런 그녀가 필요해요.
당신과 그녀는 훌륭한 파트너가 될 겁니다.
저는 우리가 이 우정을 지속해나가길 바라요.

 

 – 조이(Michele O’ Sulliv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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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Philippa Agnieszka Spanger-Ries, Michele O’ Sullivan (하나, 조이, 덴마크시민학교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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