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작업장(Open-Workroom) 작업일지 #1

작성자 haja | 작성일 2017-02-16 02:59:24

열린작업장(Open-Workroom) 작업일지 #1

 

 

1976년 잡스와 워즈니악은 차고에서 애플의 첫 컴퓨터를 만들었다. 분해된 기계, 도구와 재료 더미 가운데 그 어떤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는 공간.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런 공간이다. 흙공방이었던 빈 공간의 흙먼지를 닦아내며 청소년의 실험공간 ‘열린작업장(Open-Workroom)’을 구상한다. 청소년의 실험공간은 어떤 공간일까? 그곳에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새롭게 만들 열린작업장 공간에 대한 상상과 기대를 적어본다.

 

 

영화 잡스, 2013

 

“메이커스페이스는 사람들, 만들 것, 만들 수 있는 잠재성으로 구성된 가능성의 공간이다. 메이커 스페이스는 만드는 공간일 뿐 아니라 서로 연결하는 공간, 커뮤니티 공간, 추억의 공간이다.”
-유스 메이커스페이스 플레이북 | MakerEd.or.kr 중에서-

 

1. 실험과 실패가 쌓이는 공간

 

어떤 혁신적인 것에는 늘 실험과 실패가 뒤따른다. 기회가 적고 두려움이 많은 사회일수록, 실험과 실패를 허용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혁신을 만들 수 없지만, 실험과 실패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 수 있다. ‘잡스와 워즈니악의 차고’처럼 가능성의 재료와 도구들을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사용해보자. 값싼 재료나 버려진 것들을 주워와 쌓아 놓는다면 조금 더 쉽게 실험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의 실험 과정을 볼 수 있는 공간이라면 ‘나도 만들 수 있겠어’라는 믿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실험의 과정을 기록하는 모임과 공유하는 모임을 만들어 가도 좋을 것 같다.

 

 

2. 협업하는 공간

 

메이킹(Making) 문화는 공유와 협업의 문화이다. 인터넷에 공유된 레시피를 따라 라면을 끓이면 새로운 라면을 맛볼 수 있고, 각자의 재료를 섞어 부대찌개도 만들 수도 있다. 라면이 왜 꼬불꼬불한지 어떤 식재료와 잘 어울리는지도 알 수 있고, 세계에는 수백 종류의 라면과 레시피가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맛있는 라면을 끓이는 것처럼 만들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우리는 혁신을 위한 협업을 시작할 수 있다.

 

 

스탠퍼드대학교 d.school

 

 

“협업과 창조는 특별하게 지정된 어떤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반면에 서로 다른 사람, 다른 장소, 다른 관점 등을 받아들이면서 공간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메이크 스페이스 : 창의와 협력을 이끄는 공간 디자인’ | 스탠퍼드대학교 d.school 중에서-

 

3. 생각을 공유하고 실행하는 공간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은 손을 빌려 생각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한 사람이 자리에 앉아 생각을 꺼낼 때에는 노트와 간식, 적당한 소음이 도움된다. 한편 여러 사람의 생각을 꺼내는 과정에는 큰 보드, 예시를 공유할 수 있는 화면, 협업을 돕는 테이블과 의자가 필요하다. 메이커스페이스에서는 협업에 도움이 되는 벽을 만들고, 어떤 곳이든 바퀴를 달아 생각을 제한하는 환경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한다. 공간과 건물 또한 생각의 도구, 생활의 도구이다. 공간과 건물이 생각을 제한한다면 창문을 뚫고 벽을 부숴보자. 지금 주어진 환경에서부터 출발하자.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에게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달한 신이다…… 인간과 더불어 그 모든 일을 준비한 프로메테우스의 공방은 제우스의 절대 권력에 반항하는 저항의 요지이자 새로운 문화와 문명의 인큐베이터였다.
-‘시민을 위한 테크놀로지 가이드 : 더 나은 미래로 향하는 기술비평’ | 이영준, 임태훈, 홍성욱 중에서-

 

4. 기술을 철학하는 공간

 

기술과속시대에 작업장(Workroom)은 어떤 곳이어야 할까? 3D프린터 워크숍이 진행하던 곳에서는 요즘 드론만들기 워크숍이 성행하고 있다. 새로운 기계가 만들어지고 사회로 보급되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듯하다. 인간의 적응력과 학습력은 그리 발전되지 않은 것 같은데, 기술의 발전 속도는 나날이 빨라진다.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한 기술 학습은 ‘기계적 배움’일지도 모른다. 기술과속시대에 사회를 이루며 살기 위해서는 기술과 인간을 이해하는 배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청소년의 실험공간에는 기술을 철학하는 공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봄을 맞이하며 열린작업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흙먼지를 닦아내며, 청소년의 실험공간을 상상해 본다.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는 공간, 협업하는 공간, 실패를 공유하는 공간. 저마다의 실험이 쌓여 시간과 경험이 축적된 공간을 기대하며, 오늘도 우리는 열린작업장을 청소한다.

 

글 |  네모(진성욱, 열린작업장 판돌 nemo@haja.or.kr)

열린작업장 홈페이지 바로가기

 

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