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에 가면 – 오디세이학교 적응기 #1

작성자 haja | 작성일 2017-04-14 12:58:23

오디세이에 가면

오디세이학교 적응기 #1

 

 

오디세이에서의 한 달은 정말 짧으면서도 긴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아이들과 친해지는 걱정이 제일 1순위였다. 그렇지만 그런 걱정은 정말 순식간에 사라졌다.

오디세이는 아이들이 친해질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줬다.

 

 

마주보며 알아가기

 

‘시장에 가면’이라는 게임과 비슷하다 하면 그렇다 말할 수 있다.

자신의 특징과 취미를 소개하면서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의 소개를 끊임없이 하는 릴레이형식의 게임을 했고, 귀찮고 힘들었지만 정말 아이들의 이름을 다 외우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공감대도 찾아내 정말이지 금방 친해졌다. 또 여기서 끝이 아니라 운동으로 친해질 수 있었는데 그때는 목화학교 아이들도 있어서 친해져야 할 사람이 늘어났을 때였다. 운동으로 다 같이 승부욕을 불태우며 서먹한 것이 전부 사라지고 목화학교 학생들과도 친해질 수 있었다.

 

그 후 많은 판돌들과 하자센터와 친해질 수 있는 미션투어를 했는데 이것 또한 지금껏 다녔던 학교와는 다른 곳이라는 느낌을 확실히 받았다.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판돌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점점 나와 아이들은 하자, 오디세이에 물들어져 가는 듯했다. 일주일이 짧게 또는 길게 흐르고 이제 정상 시간표대로 일정이 진행되었다.

 

한국사, 수학, 영어를 배우게 되었는데 사실 한 달이 지나 글을 쓰는 지금도 첫 수업을 어제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만큼 보통교과가 일주일에 한 번 이라는 사실은 지금조차도 너무나 놀랍다. 정말 내가 오디세이라는 다른 공간에 왔구나 하는 느낌을 또다시 느껴버렸다.

 

이제는 다른 판돌, 죽돌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입촌식 때문이다. 입촌식은 정말이지 상상 이상이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추위에도 다들 웃으며 자기학교를 소개하고 공연을 하고 춤을 춰 얼굴을 기억하고, 이런 멋진 일들 덕에 많은 하자사람들과 지나칠 때마다 인사를 하는 즐거움을 얻었다. 눈이 마주치면 바로 적당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를 했다. 정말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너무나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에는 친한 친구가 아닌 이상 눈을 마주쳐도 먼저 인사하기 어색해 모르는 척 지나간다. 나는 그게 마음에 많이 응어리졌었던 것 같다. 작년에 같은 반이었을 텐데 반이 갈라지니 인사를 하지 않는 친구들도 생기고.. 그래서인지 같이 생활하지 않아도 나이가 달라도 인사를 주고받는 이 상황이 너무나 좋게 느껴졌다.

 

또 내가 하자를 좋아하게 되어버린 큰 이유일 가능성이 높은 점심을 말해볼까 한다.

하자의 점심은 ‘영셰프스쿨’에서 만들어진다. 나는 이 방식에서도 정말 놀랐던 것 같다.

학교 급식은 급식 이모들이 해주는 것밖에 없을 텐데, 이곳은 학생들이 만든다. 심지어, 이모들이 해주신 음식보다 맛있었다. 처음에는 눈치를 보다가 이제 점점 더 받고 있다. 본교로 돌아갔을 때 급식을 먹지 못할까 걱정이다.

 

 

수업에 빠지다

 

연극을 보았다. ‘이야기꾼의 책공연’이라는 팀은 정말 특이하게 연극을 했다. 처음 보는 식의 연극이라 새롭고 신나고 재미있었다. 천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고작 4명이 많은 등장인물들, 심지어는 괴물도 표현했다. 어두운 곳에서는 소리를 만들어주는 분들이 계셨는데 자연의 소리 새소리 모든 걸 만들어 내셨고 그 덕에 나는 연극 속으로 더욱 빠져들어 갔다.

 

더 놀라운 건 내가 이 멋진 연극을 만든 분과 수업을 듣게 되었다.

특이한 수업인 것 같은 게 내 마음을 더욱이 사로잡았다. 허공에 찰흙으로 사람을 빚어보고 생명을 불어넣어 걸어가고 포즈를 만들고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다른 친구들은 아직 어색해 보였지만 나와 다른 친구들은 수업이 끝난 후에도 찰흙의 이름을 부르며 그리워했었다.

 

‘이타카’ 수업은 이제 한 달이 거의 끝이 날 때 접했다.

‘오뒷세이아’를 소리 내어 읽으며 눈으로 글을 좇고, 귀는 읽는 아이들의 목소리와 판돌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두께가 좀 두꺼운 서사시 같은 신화를 읽는다고 했을 때는, ‘아 자겠구나.., 이해 못 해~’ 이랬는데 수업을 듣기 시작하니 정말 즐거운 박수가 절로 나오는 멋진 수업이었다.

 

 

내가 오디세이를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인 글쓰기 수업을 받게 되었다.

굉장히 재미있었다. 작가님께서 들려주신 소설의 세계관은 새롭고 재미있었으며 한 문장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술술 써졌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이 육하원칙에 맞춰 썼다. 정말이지 신기하게도 아이들 모두가 다 다르고 재미있고 특별하고 시간대도 장르도 다른 이야기를 써냈다. 정말 재미있고 기다려지고 글의 재미를 알 수 있는 수업이었다.

또 헌 자전거를 고쳐 새 자전거로 만드는 자전거 공방은 지난 달의 끝에서 시작해 새로운 한 달의 시작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렇게 나는 오디세이에서 한 달을 보냈다. 앞으로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만 정말 빠르게 흘러버린다.

나는 이 시간이 조금… 아니 많이 천천히 흘렀으면 한다. 이곳에서의 시간들이 내 삶에 있어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고 살아간다는 걸 느끼는 시간인 것 같기 때문이다.

 


 

글 | 김예지 (복이, 오디세이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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