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첫 대선투표

작성자 haja | 작성일 2017-05-17 18:24:33

내 생애 첫 대선투표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 그리고 봄날에 치뤄지는 장미대선에 이르기까지. 첫 대통령 선거를 앞둔 청소년들은 어떤 마음일까요. 지난 4일 처음으로 대선투표에 임하는 청소년, 아직은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둘러모여 대선수다를 떨었습니다.

 

 

 

 

평소에 주변 사람들과 대선이야기를 하나요

 

H : 지나가며 이야기 하지만, 이렇게 각 잡고 이야기 한 적은 없어요. 개그정도 하죠.
S : 누구닙까아아악~~~
H : 안녕하십니까~ 기호 1번 문재인입니다.
J : 탄핵때도 학교에서 정치 이야기를 했지만, 농담이나 장난정도하지, 진지하게 이야기하진 않아요. 나는 13번 뽑을거야, 6번 뽑을거야 하며 장난치죠.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할까요

 

H : 제 주변 사람들은 각자 다른 사람들을 지지해요. 할아버지는 2번, 아빠는 4번, 할머니는 3번, 엄마는 1번, 친구들은 5번. 모두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저마다의 논리가 있기 때문에. 제가 공부를 좀 하고 찍어야 될 것 같아요.
D : 저는 활동하는 단체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요. 제 주변은 딱 한사람을 지지하는데,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P : 최근에 들었는데 선거는 지지하는 사람을 뽑는게 아니라, 지지율이 높은 사람 중에 한사람을 뽑는거라고. 위험요소를 줄이고 작전처럼 접근해야 한다고. 그런데 다 이렇게 생각하면 반전 이랄게 없잖아요.
S :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직접적으로 정의당은 다음에 찍어도 된다고 언급했어요. 저도 사표론 자체가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정도의 격차에서 진보정당의 표까지 뺏는 것은 납득이 안돼요. 저는 적은표라도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이, 차기 정부에 영향을줄 거라고 생각해요.
N : 다들 어떤 이유에서 자신의 후보를 지지하는지, 관심 갖는 정책이 뭔가가 궁금해요.
W : 제 딸은 8살인데, 딸아이 친구에게 물어봤어요. “누가 대통령이 되면 좋겠어?”. 그런데 아이가 4번을 지지 한대요. 신선 하잖아요. 그래서 이유를 물어보니 학교에서 얼굴 한번 봤다는 거에요. 이처럼 공략 외에도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선택 할수 있을것 같아요.
P : 저도 정책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대선토론회를 보며 생각한건 심상정이 가장 소통할 수 있는 후보라고 생각했어요. 이퀄리티, 평등의 관점에서 가장 가깝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정치이야기는 왜 불편할까요

 

H : 잘 모르는 분야라서, 잘못 말해 친구들의 논리에 제 생각이 짓뭉게질까봐 (웃음). 생각을 좀 정리하고 말하고 싶어서 잘 안해요.

S : 한국에서 정치는 아이돌리즘 같아요. 정상적 토론이 나오기가 힘들만큼, 좋은 공략이 나와도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냐 아니냐 구분하죠. 토론을 못해요.
J :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토론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자신의 의견이 확고할 수 있는데, 확고한 나머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는 경우가 있어요. 질문을 했을 뿐인데 반론의 의미로 읽혀서, 상대를 깍아 내거나 욕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소통이 어려워요.

S : 어른 세대와 겪은 경험이 다르고 반응도 달라서 대화하기 힘들어요.

W : 전쟁세대가 받아들이는 세월호, 세월호 세대가 받아들이는 현재는 분명 다를거에요. 또 같은세대 안에서도 다르게 반응하니 세대만의 문제는 아니죠. 앞서 말한것처럼 지나친 팬심, 토론문화가 부재한게 문제에요. 결국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가의 문제에요. 이건 저도 자신 할 수 없어요. 제 안에도 꼰대심리가 있고 스스로 듣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들어보려 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건 정말 생각보다 어려워요.

 

 

왜 소통하기 어려울까요

 

D : 서로의 생각이 너무 달라서죠. 서로가 원하는 방향이 다르니 싸우는것 같아요. 또 사람은 환경과 생각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고, 확신할 수 있는게 없죠.
S : 정치 자체가 너무 포괄적인 것 같아요. 별걸 다 알아야하잖아요. 주제는 너무 다양한데, 각자의 관심은 저마다 다르니 자꾸 부딪히죠. 정치인들은 토론하며 싸울수 있는데, 우리들은 검증 하기도 힘들고 토론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어려워요.

P : 정치이야기 뿐만 아니라,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힘들지 않은가요. 특히 공격적인 사람들은 좋은 의견을 내고 무조건 반대로 말하고, 문제점을 말해도 그것을 개그로 만들어서 웃음거리로 만들어요. 그들은 그것을 멋이라 느끼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 진지한 모습을 보이면 ‘선비다, 진지충이다.’ 말하며, 웃음거리로 만드는데 당하는 사람은 그 순간 어떤 행동을 할 수 없거든요. 멋있는 연설을 할 수도 없고, 상대방을 이해시킬수도 없고.
H : 정치라는 한 단어 안에 각 사람의 정치가 있고, 저마다 다르잖아요. 자신의 생각과 다른다면 ‘반대’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안돼요. 내 관점에서는 틀렸지만, 누군가에게는 맞다고 여길 수 있으니까요. 본인과 타인의 가치관, 그 전체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상대를 이해 못한다면, 반대의 의견도 던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보수와 소수자

 

N : 보수를 이해하고 싶어요. 그게 한국을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탄핵정국으로 인해 보수가 다각화 됐어요. 다 같아 보였던 보수가 저마다 다른 가치를 추구한다는걸 알게 됐죠. 사람들이 각 보수 정당의 차이, 보수와 진보의 차이를 이해한다면 다투지 않고 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S : 일부 보수는 자유주의를 이야기하지만 전체주의 사상을 이야기 하는 것 같아요. 그들은 소수자를 폄해하고 공격해요. 그것이 소수자가 아닌 다수의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준다는 것을 잘 아는것 같아요. 전체주의는 이 사회에서 이제 퇴장되어야해요.

N : 한국의 문제는 진보도 보수도 불행하다는 거에요. 남성이냐 여성이냐 구분을 넘어 성소수자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처럼, 이원론을 넘어 진보와 보수 사이의 생각들이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세대가 만들어 가고 있는게 그런게 아닐까요.

P : 저희 가족은 정치 이야기를 잘 안해요. 저는 보수 정치인 보다도, 보수 지지자들을 이해하고 싶어요. 주변에 있는 보수는 소수자를 혐오하는 보수가 대부분이에요. 보수가 강조하는 한국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다음달 내 통장에 얼마가 들어오는지도 중요하잖아요. 저는 개인주의자인데 같이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의 권리를 생각해보면 보수의 논리가 잘 이해되지 않아요. 때론 그들이 본인 자신이 빠진 국가를 생각하는 것 같아요.

 

 

당신은 페미니스트 인가요

 

P : 요즘 페미니즘이 뜨거운 감자에요. 저도 잘 알지 못하지만 페미니즘을 지지해요. 예전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페미니즘을 설명하곤 했는데, 이젠 잘 드러내지 않아요. 주변 형들은 ‘페미니스트 세계는 다 없어져야 한다.’고 말해요. 이런 상황들이 점점 늘어나는것 같아요.

J : 제 주변에서는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아요. 오히려 ‘메갈’이라는 프레임을 가지고 놀리죠. 타인에게는 프레임을 씌우듯, 자신에게는 소속감이 중요하고 구성원이 되려고 노력해요. 하루는 친구들이 한 친구를 ‘일베’라 놀렸는데, 그 농담이 선생님 귀까지 들어갔어요. 선생님이 그 친구를 찾아 타일렀는데, 친구들은 그 선생님을 보고 ‘오유’ 한다고 또 프레임에 가두더라구요.

P : 저는 주지스와 보드를 타요. 남녀가 같이할 수 있는 운동이라 비교적 여성구성원이 많아요. 그런데 여성들도 남성의 논리로 여성을 혐오하는 상황들을 봐요. 다른 구성원들의 눈밖에 나지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아요. 학교도 사회도 다수를 따르지 않으면 눈밖에 나니까. 다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S : 페미니즘을 공격할 때 메갈이라는 프레임으로 공격해요. 노조를 공격할 때 강성노조라는 프레임으로 공격하는 것과 차이가 없어요. 자칭 진보라는 남성들도 자신 진영의 약자들에게 똑같은 프레임으로 공격해요. 이게 얼마나 치사하고 나쁜지도 모른채.

P : 현재 남성들이 얻는 편안함이 있다보니 페미니즘으로 낳는 평등의 가치를 생각하지 못해요.

W : 저는 첫째딸을 낳고, 양성평등과 페미니즘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내게 당연했던 편의들이 여성들에게는 당연한게 아니더라구요. 딸을 둘러싼 주변 남자들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면서, 저를 보고 느꼈을 여성들의 불안감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죠.

P : TED에 ‘맨박스’에 관한 강연이 있어요. 남성프레임 안에 갇혀사는 남성들의 이야기인데, 페미니즘은 그 맨박스를 깨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 자신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생활하기 위해서 페미니즘을 지지해요. 원론적인 것은 몰라도 멀리 봤을때 남성과 여성이 동등할때 ‘나도 행복하겠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래서 페미니즘을 지지해요.

 

 

 

 

 

청소년 참정권

 

W : 다시 투표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자리에 투표권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J : 저는 청소년이지만 특별히 청소년의 문제에 관심 갖진 않았어요. 청소년 참정권에 대해 말하자면, 반대의 주된 입장은 청소년은 미숙하다는 주장이에요. 저도 생각이 같긴해요. 진지함 보다는 장난이 많으니까. 바꿔 생각해보면 ‘참정권이 없기 때문에 정치에 미숙해지는게 아닌가.’ 생각해요.

S : 저도 청소년 참정권에 부정적이었어요. 제가 학생일때 친구들은 이성적이지 않고 미숙해 보였거든요. 그런데 어른들도 똑같아요. 반대로 청소년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해요. 청소년이 미숙한건 어른들이 성숙하지 못해서가 아닐까요.
W : 이게 수명과 관련되어 있어요. 점점 수명이 늘어나니 노인세대의 투표율 높아지는데, 참정권은 아래세대로 내려오지 않는 거에요. 저는 청소년 참정권이 17살까지는 내려 갔으면 좋겠어요.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P : 영상을 봤는데 청소년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을거라면, 노인세대에도 나이 제한을 두자고. 공감은 했지만 사실 좀 폭력적인 상상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청소년에게도 참정권이 있다면, 정치에 진지해지지 않을까요.
S : 맞아요. 출산율은 점점 더 떨어지는데 베이비부머 세대는 상당수 잖아요. 민주주의에서는 다수의 의견에 더 큰 힘이 실리는데, 더 오래 살아갈 청소년 세대에게는 그 목소리를 낼 힘이 없어요.

P : 술, 담배 문제는 국민 건강의 문제라지만, 대부분 청소년일때 술, 담배를 시작 하잖아요. 술 마시고 사고치는건 청소년이기 때문이 아니죠. 성인도 똑같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어려, 미숙해, 절제가 부족해, 이성적이지 못해”라는 논리는 맞지않아요.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은 때도 여성들의 미숙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거든요. 저는 소수자를 무시하기 때문에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무시해도 한국에서는 통하니까.

 

 

 

 

 

P : 한편 청소년 참정권이 인정되면 이런 일도 생기지 않을까요. “얘야. 0번에 투표해라, 안 그러면 용돈없다.”

W : 그럼 부모님을 신고하는 일도 생기겠네요.

J : 부모로부터 편향된 정치관을 강요 받더라도, 교육으로 보완할 수 있을것 같아요.

W : 교육도 위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선생과 학생이 구분되는 ‘교육’. 동등한 입장에서 같이 경험하는 것이 ‘배움’이 은 다르죠. 능동적인 것이 배움 보다 피동적인 것이 교육. 교육이 배움으로 넘어가야하는 시대적문제와도 연결되네요.

P : 청소년들이 고발할 수 있는 매체가 더 많이 필요해요. 저는 상상도 못했거든요. 교내 신문에 학교를 비판하는 글을 실으면 안 된다든지. 학교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면 불이익을 받는다든지.

W : 고발한 사람을 이상하게 보는 분위기가 있어요. 사회에서는 영웅일 수 있으나, 그 공동체에서는 모난돌처럼 여겨지는 분위기. 과거 김예슬선언 같이 그 선언으로 사회의 인식은 변화하고 나아지지만, 그 개인에게는 외로운 과정을 겪게 되죠.

N : 힘이 있는 매체는 아니더라도 청소년 권리를 인정하는 한 개인이 주변에 “청소년 참정권에 대해 알아?”라고 묻는 것으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채널의 역할이라면 이미 매체는 많은거죠. 그런 채널과 개인이 더 많아지면 좋겠네요.
M : 촛불집회때 청년들이 큰 힘이 되었다고 해요. 분위기 때문에 간것도 있고 저는 제가 싸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말이죠. 한 국회의원은 이렇게 말했어요. ‘자신의 생활과 싸우는 것’이 자신의 목소리로 싸우는 거라고. 자신 앞 문제들을 해결하려 노력하다 보면 결국 싸움이 된다고. 다른 분들도 한번씩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글 | 네모(진성욱, 열린작업장 판돌 nemo@haja.or.kr)

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