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나라에 관한 아주 단순한 정의

작성자 haja | 작성일 2011-03-25 16:59:51

행복의 나라에 관한 아주 단순한 정의

이지현 (유즈, 협력기획팀)

 

하자작업장학교의 활약이 눈부십니다! 지난 2월 7일 버마 현지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와 회견을 해 일간지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3월 5일 하하허허홀에서 열린 쇼하자를 통해 아웅산 수치 여사를 비롯해 태국-버마 국경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했던 나날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는 등 의미 깊은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모두를 놀라게 하고, 또 한번 되돌아 보는 계기를 만들어준 하자작업장학교의 버마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하자작업장학교 학생들은 2006년 첫 방문을 시작으로 2007년, 2010년에 이어 2011년 2월 대표적인 국경 난민캠프 지역인 메솟(Mae Sot)을 찾았습니다. 지난 2010년 10월 20년만의 총선으로 군부정권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이래 더욱 난민이 급증하고 있는 태국-버마 국경지역은 UN이 인정한 난민촌에만 5만 명 이상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메솟 역시 영등포구 지역만한 캠프가 4~5개 정도 자리잡고 있는데 이중 60~70%가 더 나은 삶을 위해 국경을 넘어온 청소년이라고 합니다. 이들 대부분은 아동 군인, 성매매 등 어린 나이에 상상할 수 없었던 삶의 무게를 짊어져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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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작업장학교 십대들이 버마 정부에서는 반기지 않을 수도 있을 아웅산 수치 여사와의 회견을 결심하게 된 것도 메솟 지역에서 만난 또래 버마 청소년들과의 만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작업장학교에 재학 중인 동녘은 “메솟에서 버마가 한 눈에 보이지만 그 친구들은 자유롭게 가지 못한다. 너희들이 가지 못한다면 우리가 갔다 올게,라는 일종의 사명감이 들었다”고 말합니다. 메솟을 뒤로 하고 육로로 방콕까지 8시간 이동, 다시 비행기를 타고 버마 양곤에 입국해 아웅산 수치 여사를 만나기까지 스케줄은 계속 바뀌었고, 아이들은 관광객으로 왔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유명한 관광명소들의 이름을 외워 두었다고 합니다.

2월 7일, 일부러 근처에서 내려 걸어 들어간 NLD(버마 민족민주동맹) 당사에는 이미 그녀와의 회견을 원하는 외신기자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중 하자작업장학교의 회견 일정이 첫 번째. 사진에서 익히 보던 대로 고운 인상, 핑크빛 전통의상에 머리에 꽃을 꽂고 등장한 아웅산 수치 여사는 정규교육 대신 대안교육을 선택한 십대들에게 놀라움을 표했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골고루 질문을 던지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하자작업장학교 학생들은 그간 국경 캠프 방문 때마다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담은 CD를 건넸고, 자유롭게 생각하는 미래 세대를 키우기 위해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메솟 캠프의 난민 청소년 유진을 촬영한 메시지도 보여주었습니다.

아웅산 수치 여사는 국경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최선을 다해 스스로를 교육하라, 이때의 교육이란 단지 돈을 벌거나 중요한 사람이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를 최대한 풍요롭게 만드는 것을 도와주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무엇보다 최근 많은 청소년/청년들이 민주화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어서 기쁘다, 이들이 대화와 협상에 익숙지 않은 기성세대에게 먼저 말을 걸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행복한 국가라면 자유와 안보, 두 가지를 다 보장해야 하는데 현재의 정권은 안보에만 집중하며 모든 사람들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죠. “우리는 우리의 기본권을 누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우리나라에서 자유롭고 안전하고 싶습니다. 우리와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관심을 유지하며, 버마 사람들의 염원은 매우 소박하다는 것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것이 그녀가 하자작업장학교 학생들을 통해 전해온 메시지였습니다.

 

하자센터의 청소년들은 아웅산 수치 여사와의 만남을 새로운 전환점으로 삼아 향후 동남아 지역의 또래들과 교류하고 공감할 수 있는 협력의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해 나갈 계획입니다. 그 첫 시작이 바로 메솟 지역에 설립될 ‘따비에-하자’입니다. 2006년부터 하자작업장학교와 인연을 맺었고 이번 만남에도 큰 역할을 했던 버마 민주화 운동가 마웅저 씨가 대표로 있는 단체 ‘따비에’와 함께 힘을 모으는 사업입니다. 버마 지역에서 평화와 행복, 안녕을 상징하는 나무 이름을 따서 만든 ‘따비에’는 현지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마을 도서관을 건립하고, 메솟 등 태국-버마 국경 청소년 난민들을 위한 유스센터를 운영하는 일들을 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의기투합하게 된 배경에는 버마의 열악한 교육 현실이 있습니다. 버마 정부에서는 무상교육을 내세우고 있지만 학교 숫자는 턱없이 부족하고 많은 청소년들은 교육보다는 집안일이나 취업을 요구 받고 있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교육비 외의 다른 부가적 비용이 없어 학교를 다닐 수 없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그나마 교과서는 버마 내 135개(정부 공식발표)에 달하는 민족들의 다양성을 보장하기는커녕 버마어 하나로만 발행된다고 합니다. 수많은 청소년들이 난민캠프로 몰리는 이유가 ‘더 나은 교육을 받기 위해서’라면 그 상황을 짐작할 만하죠. 문제는 난민캠프에서의 교육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꾸준히 메솟 지역을 방문하고 있는 김희옥 하자작업장학교 대표교사는 “메솟 내 70여 개의 학교가 전부 진학을 염두에 둔 입시 교육 체제라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는 진로가 막연해 진다. 많은 수의 청소년들이 태국이나 버마, 또는 제3국의 대학에 진학하길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전합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려면 좀더 다양한 상상력 속에서 진로를 모색할 수 있는 학교가 필요하다는 게 따비에와 하자센터의 결론. 특히 그간 하자센터를 꾸준히 지켜봐 왔던 마웅저 대표는 작업장 체제로 청소년들의 배움과 삶을 일치시키고, 이들의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는 등 하자센터의 실제 교육 프로그램을 메솟에서 시행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하자센터로서도 작업장학교 출신 청소년/청년들이 코디네이터나 기획자로 참여하거나 한국으로 오고자 하는 버마 청소년들의 교류도 도와 주는 등 양국의 ‘다리’ 역할로서의 사회적 의미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현재 메솟은 동남아 여타 지역처럼 한국드라마와 가요 등의 열풍으로 코리안 드림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임시 피난처에서 ‘어디로든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는 부담을 짊어진 메솟의 난민 청소년들과 제대로 교류하기 위해서도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진로를 설정해 주는 센터의 건립이 절실한 실정입니다.

하자작업장학교 죽돌들은 앞으로 ‘따비에-하자’의 건립을 위해 전 사회의 지원과 참여, 후원을 호소할 계획이며 이의 첫 시작으로 지난 월 5일 오후 5시 하자센터 본관 999클럽에서 지난 2월 메솟 방문의 성과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공개하고 마웅저 대표와 함께 ‘따비에-하자’의 청사진을 발표하는 쇼하자를 열었습니다. ‘국경에 있는 우리 청소년들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단체들, NGO, 개인들이 가능한 모든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는 아웅산 수치 여사의 바람에 대한 첫 번째 화답인 셈입니다. 앞으로 동남아 지역 난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이들의 움직임이 어떤 결실을 맺을 지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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