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만드는 연금술사, 밴드 연주하는 무중력 청소년

작성자 haja | 작성일 2011-05-06 16:45:22

도시락 만드는 연금술사, 밴드 연주하는 무중력 청소년

하자센터 안에는 청소년들이 많습니다. 각각 다른 학교며 프로젝트에 속해 있지만 같은 또래라 눈인사 한 번에 친해지는 그들 덕분에 하자마을은 늘 활력이 넘칩니다. 이들 중 자립을 꿈꾸는 ‘연금술사 프로젝트’와 음악으로 사회 복귀를 준비하는 ‘집밖으로 유유자적’ 프로젝트, 두 팀의 청소년들이 같은 시기에 도시락집 개업과 밴드 공연이라는 성과를 선보입니다. 모두 소중한, 하자의 아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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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 아이들 하나–도시락 만드는 연금술사

마포구 성산동 639-10번지에 간판 하나가 걸렸습니다. ‘소풍가는 고양이’. 지난 2월부터 전력을 다해 매달린 ‘연금술사 프로젝트’의 창업 1호 매장입니다. 스펙 쌓기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이 밥이 되는 ‘일’을 하기 위해 모인 18~24세 청소년 6명의 눈물과 웃음, 땀과 한숨, 무엇보다 그들의 미래가 걸려 있습니다. 지난해 ‘대학을 가지 않고도 전문분야에서 실제 일을 하며 실력을 쌓아 성공하는 모델’을 꿈꾸었던 권혁일 이사(NHN 해피빈 재단)이 ‘아름다운 재단’을 통해 기부하고, 하자센터가 이를 실현하면서 시작되었던 ‘연금술사 프로젝트’는 취약계층 청소년들이 자기 삶의 조건들을 이해하고, 사회에 주체적으로 대응하며, 자립적인 성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사회적기업, 연극 무대, NPO 등을 진로로 선택했던 1기와는 달리 올해 선발된 2기생들은 애초부터 공동 창업을 목표로 선택했으며 춤, 음악, 도보여행, 워크숍 등 다양한 활동들을 병행하며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그들이 선택한 것은 도시락! 마포 성미산마을에서 10년간 유기농 반찬가게를 운영한 ‘동네부엌’ 박미현 대표를 멘토로 모시고 창업 아이템 개발부터 가게 선정, 작업 시스템 정비까지 담임 교사들과 함께 힘을 쏟았습니다. 그리하여 5월 31일 직접 그린 벽화, 손수 단장한 인테리어가 산뜻한 매장을 열고 ‘청년 활력 도시락’을 배달하기 시작합니다. 고갯길 걱정도 되지만 환경 생각해서 한 바퀴, 두 바퀴 자전거로 나르게 될 ‘소풍가는 고양이’의 도시락은 화학조미료 무첨가, 100% 국내산 재료라 더욱 맛있습니다. 또한 그들의 희망이 묻어나기에 감동입니다. 담담히 자기 앞가림을 하며, 이웃과 함께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연금술사의 도시락 가게,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유유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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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 아이들 둘–밴드 연주하는 무중력 청소년

6월 4일, 하자센터 본관 2층 999클럽에서는 ‘유유자적 부족파티’가 열립니다. 이 무대에서 생애 최초의 연주를 선보일 7명의 청소년들에게는 ‘부족(Tribe)’이라는 말이 마음이 아릴만큼 절실합니다. 마음 붙일 곳이 없어 학교는 그만 두었지만 ‘학생이 대낮에 왜?’라는 시선 때문에 집안에 틀어박혀 모니터만 바라보았던 나날들. 언젠가는 나가야 한다는 건 알지만 도대체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던 상황.

이들은 지난 3월초, 하자센터가 인큐베이팅한 사회적기업 ‘유유자적살롱’이 진행하는 ‘집밖에서 유유자적’ 프로젝트를 선택한 후 예전과는 다른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집밖에서 유유자적’ 프로젝트는 일반 학교 자퇴 후 고립된 채 집에서만 지내온 니트(NEET) 청소년들이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지닌 또래들과 밴드 활동을 통해 사회성을 회복하게 한다는 목표를 지니고 있습니다. ‘유유자적살롱’은 이들을 은둔형 떠돌이, 니트족 같은 부정적인 느낌의 호칭 대신 ‘무중력 청소년’이라고 부릅니다. 발을 땅에 딛지 못해 불안해 보이지만 언젠가는 하늘로 훨훨 날아오를 잠재력을 가진 아이들이란 뜻이죠. 지난해 1기 수료생이 인턴 사원으로 일하는 등 그들의 믿음은 이미 사실로 증명되었습니다.

하자센터를 드나들기 시작한 이들 무중력 청소년들은 생전 처음 악기를 손에 쥐어보고, 팀을 나누어 밴드 합주를 통해 타인과 하나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는 전 구성원이 홍대 등 인디 뮤직신에서 활동하는 뮤지션, 작곡가 등 현업 전문가인 유유자적살롱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농구, 뮤직 비디오 감상, 공연 관람 등 음악 활동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하며 깊은 유대감을 쌓은 이들은 채 한 달이 지나기 전에 친구들과 헤어져 집에 가는 걸 아쉬워 하는 ‘예비 뮤지션’이 되었습니다.

6월 4일 오후 5시, 하자센터 본관 999클럽에서는 이들 예비 뮤지션들로 구성된 두 개 밴드가 연주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1기 수료생들로 짜여진 OB밴드도 축하 공연을 해주고, 가슴 설레며 바라보였던 홍대 인디밴드도 깜짝 출연해 준다는 군요. 공연이 끝난 후에는 수료생들 모두 ‘자신만의 장점’이 적혀진 특별한 최우수상을 받게 됩니다. 그건, 아마도 집 밖으로 걸어 나올 용기를 낸 이들이 앞으로 받게 될 수많은 칭찬과 격려 중 첫 번째일 것입니다. 이들의 데뷔 무대에 모두 박수를 보내주세요!

이지현(유즈, 협력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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