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요리, 시가 함께한 두 시간의 축복

작성자 haja | 작성일 2013-12-02 06:16:33

음악과 요리, 시가 함께한 두 시간의 축복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블레싱 파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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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차 블레싱 파티.

오전 9시 30분, 999클럽에 참여자들이 모여들었다.

오늘은 첫날과 달리, 이들이 파티를 준비하는 사람으로 전체 기획회의를 하게 되었다. 각 팀별로 준비사항들을 점검하고, 그간 경험했던 것들을 함께 공유하는 시간. 이를 토대로 전체 블레싱 파티의 순서를 짜고, 구성요소로 필요한 것들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도 나누는 자리였다.

기획회의가 끝난 뒤, 참여자들은 실제 파티 시간인 4시가 되기 전까지 바쁘게 움직였다. 요리팀은 함께 나누는 요리를 준비하고, 목공팀은 파티 공간인 999클럽의 장식을 맡았으며, 음악팀은 직접 제작한 악기를 마지막까지 손보며 무대에서 선보일 세 곡의 노래를 연습했다. 참여자들은 파티 전까지 999클럽과 각 팀 공간을 바삐 오가며 리허설을 하고, 초대 손님을 모셔오느라 분주했다.

바쁜 가운데 시간은 흘러, 999클럽은 어느새 파티 분위기로 세팅되었다. 목공팀은 만든 시 상자와 TP텐트를 999클럽 무대 위에 설치했고, 바닥에는 삼삼오오 둘러앉을 수 있는 멍석과 원형 테이블이 놓여졌다. 요리팀에서 만든 누룽지와 ‘잉여사과 기살리기’ 캠페인으로 예쁘게 포장된 사과들이 놓여지니 제법 그럴싸하다. 요리, 목공, 음악 세 팀이 둥글게 모여앉고, 뒤에는 초대한 손님들의 자리도 마련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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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15분. 암전이 된 상태에서 999클럽 무대 위에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목공팀이 읊는 함민복 시인의 ‘당신 생각을 켜 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라는 짧은 시. TP텐트 안에서 한 참여자가 한 손에는 시집을, 또 한 손에는 캔들박스를 들고 나온다. 그는 같은 팀 동료 앞에 캔들박스를 놓아주었다. 그리고는 ‘고민’이라는 시를 돌아가며 한 행씩 읊는다. 조용한 그들의 목소리가 마음을 울린다. ‘고민’은 목공팀에 참여한 주니(나혜린)가 자신의 고민을 담아 쓴 자작시. 시 낭송을 마치고 목공팀은 무대에 올라가 지난 3일간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입시 때문에 억지로 외워야 했던 시가 아니라, 진정 10대의 마지막에 가슴으로 만난 시. 이들은 매일 저녁 시를 읊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른 누군가의 가슴에도 기억될 시가 되길 바라며, 이들이 만든 시 상자는 하자센터 어딘가에 놓여질 예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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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팀의 이야기가 끝나고, 캔들박스는 사회자의 역할을 하며 자연스럽게 음악팀으로 넘어갔다. 테노리온을 통해 공동의 멜로디를 만든 이야기, 자신의 사연을 적어 처음으로 작사를 해본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들은 오전까지 커스텀 작업을 통해 새 생명을 얻은 우쿨렐레를 가슴에 안고 첫 곡을 부른다. 움츠러들었던 첫 만남의 기억, 그리고 이들의 고등학교 시절을 마무리하며 봄이 오길 기다리는 ‘안녕’이라는 곡. 신나는 멜로디의 노래를 마치고, 두 번째 곡이 이어진다. 캠프에서 만난 서로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마음을 담았다. 캠프는 끝나도 전화와 메시지로 꼭 연락하며, 20대를 응원하자는 노래다. 손수 만든 악기에 서툰 노래솜씨였지만 지금의 마음을 담은 진솔함에 모인 이들 모두 저절로 박수를 치며 호응하게 된다. 저절로,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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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요리팀. 요리사 모자를 쓰고 빨간 앞치마를 두른 세 명의 참여자들이 일어섰다. “당장 놓여있는 것에 치중하며 살다가, 캠프를 통해 친구들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주변이 달라보였다. 섭식명상 시간을 통해 내 몸이 카메라가 되어, 다른 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낯선 경험도 해보았다. 이제 20대에는 나의 것을 움켜쥐려하기보다, 누군가를 위해 내 것을 놓아보는 연습을 하고 싶다”는 솔직한 고백이 이어졌다.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그리고 그 누군가를 위해 만든 요리 접시들이 손과 손을 통해 각각의 테이블로 나눠졌다. 이들이 준비한 20대를 응원하는 요리는 다름 아닌 궁중떡볶이와 어묵탕. 10대 시절 청소년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떡볶이가 20대를 맞는 이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다. 카나페와 과일꼬치, 샌드위치도 곁들여져 풍성한 식탁이 차려졌다. 요리팀은 초대 손님들까지 고려해 총 60인분을 준비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이 많은 음식을 준비했지만 힘든 티 하나 없이 그들은 즐겁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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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 끝나자, 그동안 이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열심히 지지하고 응원했던 청년 멘토들의 블레싱이 이어졌다. 요리팀의 보리, 음악팀의 몬구, 목공팀의 그리고 등 멘토들은 이번 캠프가 자신들에게도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의미있는 시간이라고 고백하며 각자 적어온 멘트를 읽어내려갔다. 이들의 블레싱에 이어 장미꽃 서른 송이가 파티장으로 들어왔다. 멘토들이 미리 준비한 마음의 선물. 그 한 송이, 한 송이가 참여자들에게 전해졌다.


마무리는 우리 모두의 건배사. 앞에 놓여진 자몽주스를 손에 들고, 파티장에 있는 사람들 모두 한 마디씩 “20대에는 ㅇㅇ하자”라는 건배사를 이어갔다. “20대에는 굳이 돌파하고 싶지 않으면 당당히 회피하자” “20대에는 사랑하자” “20대에는 뭐든 도전하자” “20대에는 혼자 하지 말고 함께하자” “20대에는 함께하되, 경쟁하지 말고 서로 배려하면서 같이 가자” “20대에는 공부하자” “20대에는 놀자” “20대에는 마음껏 하자” “20대에는 실천하자” “20대에는 남자들아, 군대가자” “20대에는 매우 되바라지되, 매우 다정하자”


모인 60여 명이 한 마디씩 보탠 “20대에 ㅇㅇ하자” 릴레이는 한 참여자의 멋진 멘트로  정점을찍었다. “나의 인생에 독자가 되지 말고 작가가 되자”!

 

 

 김진옥(바다, 교육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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