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초등학교 아이들을 반 친구의 외갓집, 필리핀으로 보내주세요.

작성자 haja | 작성일 2009-05-22 22:58:36

지리산 숲길을 가보셨나요? 지리산 둘레길이라고도 하는 그곳은, 지리산을 빙 돌아 800리 길이 이어질 곳이지요. 지난 겨울 그 길을 걷다 어느 마을 앞에서였는데요, 지리산 천왕봉부터 노고단에 이르는 능선이 눈앞에 펼쳐지고, 지리산 산자락에 폭 안겨서 마을이 들어선 그곳에서, 저는 한 순간의 주저도 없이 여기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 – 저 혼자 – 불러버렸습니다. 얼마 전 지리산에 터를 잡은 등치가 산만한 형 한 명도 그곳에서 눈물을 찔끔 흘렸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런 길이 800리 이어질 곳이 지리산 숲길입니다. 푸르른 5월이 되면 더 아름다워질 그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누리시라, 그렇게 추천하고 싶은 곳입니다.

 

 4월 초에 그 길을 여행학교 로드스꼴라 친구들과 걷고 있었습니다. 로드스꼴라는 하자센터와 함께 사회적 기업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여행협동조합 MAP>이 운영하는 학교입니다. 로드스꼴라 친구들과 조금 가파른 산길을 헉헉대며 오르다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사업 지원을 요청했던 모 공사에서 화순 농촌지역 천태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떠나려 준비하고 있던 <내 친구의 외갓집은 필리핀 산호세> 프로젝트에 지원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남은 기간이 넉넉지 않아 빠른 시일 내에 판단을 해달라 요청했는데도 한 달을 넘게 확답을 주지 않더니, 여행을 한 달 남긴 시점에서 지원이 힘들겠다 하니 무척이나 난감했습니다. 그쪽에서 주었던 호의적인 메시지들은 뒤로 하는 것이 맞았던 모양입니다. 제게는 아마도 두고두고 어떤 지표석의 역할을 해 주겠지요, 그렇지만, 참 많은 고민이 생겨버렸습니다. 지금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친구들, 결혼 후 아직 한 번도 친정 나들이를 해본 적이 없는 부모님들이 떠올랐습니다. 우리가 괜한 짓을 해서 그분들께 또 다른 상처를 주게 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들었지요.

 
 
<내 친구의 외갓집은 필리핀 산호세> 프로젝트는 다문화 사회에 대한 고민과 공정여행을 통한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역할이 결합되어 탄생한 프로젝트입니다. 한국사회에 다문화 사회라는 말이 유행처럼 퍼져있지만 정작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왕따의 위협과 학교 부적응의 악순환 고리 안에 놓여있습니다. 아직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패거리 문화가 본격화되는 중학교 이후의 과정에서 벌어질 수많은 비극적인 일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문화 사회에서 ‘문제’는 다문화 아이들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단일민족 국가라는 신화 속에서 수많은 인종차별적 행동들을 벌이고 있는 이 나라 ‘토박이’들의 문제라고 봤습니다. 이 ‘토박이’들의 사고를 바꾸지 않으면, 이들이 다문화사회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행복한 공존의 문화를 만들지 않으면 해답이 없는 일이라고 봤습니다.그래서, 다문화 가정 아이들 뿐만 아니라 그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한국 토박이 아이들이 함께 친구 엄마의 나라로 떠나는 여행을 통해, 엄마 나라의 아름다움과 그 가족들의 환대 속에서 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자신과 친구들의 자원이자 힘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모두 아시겠지만, 다른 문화를 경험하는 데 여행보다 더 좋은 교육은 없습니다.

 
 
천태초등학교에는 전교생 54명인 학교에 14명의 다문화가정 아이가 있습니다. 다행히 이곳의 아이들은 선생님들의 따뜻한 돌봄 안에서 작지만 행복한 “다문화 사회”를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슬쩍 보여주시는 성적 통계에서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보다 더 높은 평균 점수를 내고 있었습니다. 가정 형편은 넉넉지 않지만 행복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 그러나 아직 한 번도 엄마의 나라, 엄마의 가족을 만나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한국에 시집오신 엄마와 필리핀의 가족 모두, 저희들이 인터뷰를 갔을 때 끝끝내 눈물을 흘리고 마십니다. 저희들은 그분들과 필리핀에 가고 싶습니다. 아니 꼭 가야합니다. 조금 다른 맥락에서 저는 2009년 상반기를 이 사회적 기업의 Social Credit을 창출하는 데 무게를 두었습니다. 사실 그것이 아니었다면 “필리핀 수학여행” 보다는 다른 것을 기획했을 것입니다. 로드스꼴라가 ‘고객’의 지불 비용으로 진행하는 사업의 한 케이스였다면 “필리핀 수학여행”은 사회적 필요와 의미를 공적자금과 연결시키는 케이스로 봤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 사회적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킬 케이스가 무엇인지를 최우선으로 보았고 그것이 “필리핀 수학여행”이었습니다.사회적 관심의 측면에서 “필리핀 수학여행”은 충분히 주목받을 수 있는 케이스라는 것은 과정에서 확인했습니다. 공중파에서 몇 군데 취재의사를 밝혔고, 외주제작 업체에서 공중파 송출을 전제로 한 시간 정도 다큐를 제작해보자는 이야기도 오가고 있습니다. 공정여행이 이슈여서 일간지나 주간지 동행취재도 제안이 오고 있습니다. 내용이나 효과나 사회적 기업으로서 “Social Credit”을 쌓을 수 있는 훌륭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여행이라는 아이템은 불행하게도 모든 행위가 돈입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사업에도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한데, 이 정도 규모를 스스로 감당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필리핀 수학여행”을 성사시킬 수 있다면, 그것을 사회적 자원과 연결시킬 수 있다면, 그렇게 “신뢰”를 쌓을 수 있다면 우리가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펼치게 될 사업들, 여행을 통해 배움을 얻고, 지역(로컬)을 활성화하고, 지역에 기여하며,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해 함께할 수 있는 감동적인 여행을 기획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사회적 기업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고, 해내야하는 일의 밑바탕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또 다른 의미에서, 저희는, 지금 시점에서, “필리핀 수학여행”을 성사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사전교육과 필리핀 현지 답사도 끝났고, 아이들은 모두 여권을 만들었고, 여행에 필요한 공증절차도 마쳤습니다. 현지에서는 산 호세 시티의 시장님이 직접 오셔서 축사도 해주고 싶다 하시고 밥도 한 끼 사주고 싶다 하십니다. 현지 초등학교는 천태초교와 자매결연도 맺고 싶어 하십니다. 방송과 언론도 준비되었고 교사와 스탭들도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제 떠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돈이, 없습니다. 너무 시일이 촉박하여 이제는 기업들이 연결하기를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주 죄송했지만 천태초교에 여행을 한 달 연기하자 말씀드렸습니다. 우리들은 모두 너무 죄송했고, 미안했고, 그리고, 다시 마음을 먹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6월 7일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떠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제 모든 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천태초등학교 아이들, 필리핀에 보내고 싶습니다. 그것이 다른 사회,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일에 우리가 여러분들과 함께 작은 힘을 보탤 수 있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20대에서 40대까지의 직원들이 주 6일 7일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모두, 창업한다는 그런 신념 없으면, 이미 같이 일 못했을 것입니다. 저희들 사회적 기업의 창업자로서 “신념과 열정” 같은 것으로 똘똘 뭉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진부하지만,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렇게 만들기 위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손을 내밀어 주세요. 저희들, 잘 하겠습니다.

여행 협동 조합 MAP 대표 변형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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