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견하고 소중한 스무 살, 온 마을이 축하하다

작성자 haja | 작성일 2014-06-01 11: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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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견하고 소중한 스무 살, 온 마을이 축하하다

하자마을 성년의 날 ‘스무고개 잔치’

 

지난 5월 19일 오후 5시 신관 중정에서는 하자센터 내 대안학교 청소년들을 비롯해 그간 하자 마을과 인연을 맺어온 청소년 22명을 위한 마을의례가 열렸습니다. 바로 성년식입니다. 사실, 성년식이라면 1백 송이 장미나 초컬릿, 선물 등만 떠올리게 되는 세태입니다. 그러나 하자마을의 스무살 들은 이 날 풋풋한 화관을 쓰고 마을 사람들이 준비해 준 ‘스무고개 잔치’의 주인공이 되어 성숙한 어른이 되는 의미에 대해 되새겨보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벌써 2006년부터 시작된 하자마을의 성년식은 성년자들의 부모와 친구, 또 그들과 인연을 맺어온 교사와 멘토 등이 한 자리에 모여 음식과 덕담, 노래를 나누고 함께 기도를 올리는 마을축제로 자리잡았습니다. 청소년이 건강한 10대를 보내고 청년으로 성장하는 이 빛나는 시기. 그러나 지금의 사회는 그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날, 모두가 함께 있다는 것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올해 성년식 주인공들은 하자센터에서 배우는 대안학교 청소년들을 비롯해 총 22명. 1995년생으로 만 19세가 되는 청년들이며 지난해 성년 연령 관련법이 바뀌면서 성년식을 하지 못한 1994년생 만 20세 청년들도 포함되었습니다.  하자마을의 성년들은 하자센터 내의  도시형 대안학교 ‘하자작업장학교’와 청(소)년 일학교 ‘연금술사 프로젝트’를 비롯해 사회적기업 오가니제이션 요리에서 운영하는 요리학교 ‘영셰프스쿨’, 사회적기업 트래블러스맵 산하의 ‘로드스꼴라’, 사회적기업 유자살롱의 음악교육 프로그램 ‘집밖에서 유유자적’ 등 이른바  ‘네트워크학교’ 학생들이 주를 이루며, 하자센터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인연을 맺어온 일반 청소년들도 참여했습니다. 올해는 네트워크학교 외에도 지난해 활동했던 하자센터 청소년운영위원회, 교육팀, 사회적기업 에듀케스트라 등 하자 곳곳에서 활동하며 스무 살을 맞이한 이들이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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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는 하자마을의 ‘촌장’ 중 한 명인 큰산(박홍이 전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가 맡아 주셨어요. 재직 시절에도 연세대 자원봉사단을 이끄는 등 나눔을 실천했던 그는 최근 해외 봉사를 마치고 귀국, 하자마을의 어르신으로 검도, 호신술, 명상 등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나누고 있습니다. 성년자들은 식 시작 전인 3시에 주례를 미리 만나 인사도 나누고, 성년 선언문도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성년식에서 성년자들은 한 사람씩 성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적어 낭송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이어 차례로 동쪽, 서쪽, 남쪽 방향의 마을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북쪽 방향의 주례에게 예를 갖췄습니다. 주례가 성년자들에게 성년의례를 맞을 준비가 되었는지 물었을 때 겸허히 손을 모은 이들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저는 이제 성년을 맞이하여 세상과 우주의 이치를 들여다보며 모시는 마음과 환대하는 마음을 잃지 않을 것이며,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순환을 의식하면서 사랑과 노동과 기도를 게을리 하지 않고 우리 마을과 사회에서 한 사람의 몫을 해내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이어 주례의 성년선서 후 부모, 교사 등 각자의 멘토가 소박한 꽃관을 씌워주는 화관례를 거친 성년자들은 예를 갖춰 인생의 첫 술을 마시는 초례를 마지막으로 성년의 관문을 통과하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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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자마을 성년식 요소요소에는 마을 사람들의 힘이 보태졌습니다. 성년자들을 위한 축하공연의 시작은 치유음악가 봄눈별이 맡아주셨습니다. 달시장에도 활발히 참여해 주시는 봄눈별은 은은한 인디언 피리 연주에 담백한 멘트로 요새 지친 이들의 가슴을 어루만져 주는 것 같았습니다. 하자마을 주민이기도 한 사회적기업 ‘이야기꾼의 책공연’은 원래 노래만 하는 팀은 아니나, 성년자들을 위해 기꺼이 ‘거위의 꿈’을 열창해 주셨고, 대미를 장식한 ‘페스테자’의 공연도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작업장학교 선배인 엽이 청년과정인 무브, 동녁, 쇼와 함께한 보기드문 무대이기도 했죠. 식이 끝난 후에는 공동부엌에서 네트워크학교 학생들을 비롯해 여러 하자마을 사람들이 힘을 보태 장만한 잔치국수, 부추전, 토마토, 떡 등의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었습니다.

 

내년에는 또 어떤 청년들이 싱그러운 성년을 맞게 될까요? 소식이 뜸하다가도 스무 살을 맞은 청년들은 하자마을로 돌아와 성년식을 하게 될 것입니다. 어른들의 지지와 동료들의 격려를 받으며 ‘실패도 배움’임을 깨우치며 배우는 마을, 내년이 벌써 기다려집니다.

 

이지현(유즈, 협력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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