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와 보낸 1박 2일

작성자 haja | 작성일 2014-06-30 06:46:07

<오래된 미래>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와 보낸 1박 2일

 

5월 29일 / 두물머리 방문

 

5월 30일 / ‘세계화에 맞선 지역화, 그리고 세상을 아끼는 사람들의 연대’ 토론 및 강연회

 

지난 5월 30일, 오는 9월 5일부터 11월 9일까지 열리는 ‘2014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프로젝트 심포지엄 사전행사로 하자작업장학교 청년과정 주관 아래 <오래된 미래 >의 저자인 헬레나 노르베리-호지(Helena Norberg-Hodge)와 식량주권, GMO 등에 대해 오랜 연구를 해온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모시고 ‘세계화에 맞선 지역화, 그리고 세상을 아끼는 사람들의 연대’라는 제목의 강연 및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세계 곳곳으로 밀려드는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지역화(Localization/Relocalization)란 무엇이며, 세계화와 관련하여 우리의 식량문제에 영향을 줄 종자에 대해 듣고, 지역 공동체 단위에서 또는 한 사회에서 어떻게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지 이야기 나눠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포럼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많지만 자세한 내용은 자세한 강연 및 토론 내용을 실어 준 이로운넷 기사를 참고해 주세요. 바로가기 링크 http://eroun.net/43377, http://eroun.net/43398)

    

 

이 지면에서는 포럼 전 날 이루어졌던 ‘오래된 미래와 두물머리의 특별한 만남’에 대해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5월 29일, 하자작업장학교 청년과정은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선생님과 함께 팔당 유기농단지인 양평 두물머리를 방문해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님, 또 두물머리 투쟁에 함께했고 지금은 이 곳에서 같이 농사짓고 있는 청년들을 만나서 일대를 돌아보고 농업과 지역에서의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팔당 유기농단지는 북한강과 남한강, 두 물이 만난다고 하여 ‘두물머리’라고 불립니다. 수도권 시민들의 중요한 식수원이며 1970년대 후반부터 유기농업을 시작한 한국 유기농업의 발원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난 2009년 4대강 공사로 이 곳이 레저시설이 될 위기에 처하자 4명의 농부와 그들의 뜻에 동참하는 도시의 청년들이 두물머리의 개발을 막고 농지를 지키기 위한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3년 여 간의 투쟁은 이전 한국사회와는 다른 참식한 방식을 보여주면서 치열하게 계속되었고, 결국 두물머리를 생태학습장으로 만드는 것으로 협상이 타결되었습니다. 이는 4대강 개발로 인한 갈등 가운데 유일하게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낸 투쟁이었기도 합니다.

 

현재는 4명의 농부와 함께 도시에서 온 청년들이 교류를 계속하며 농사 등의 활동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1

 

이 날, 두물머리를 찾은 헬레나와 청년과정은 4대강 사업 이후에 남은 4명의 농부 중 세 분의 농막을 방문했습니다. 먼저 임인환 농부님의 농막을 방문해서 투쟁에 동참했던 이들을 만나고 이들이 짓고 있는 농막과 닭장, 생태화장실을 보았습니다. 임인환 농부님은 방울토마토와 고추, 오이 등을 기르고 계셨어요. 닭장을 짓고 있는 한 분은 동물자유(동물권)에 대해 관심이 많으시다며 닭을 위해 어떻게 지으면 좋을지 헬레나와 이야기 나누기도 했습니다.

임인환 농부님은 2004년에 이 지역으로 이주하셨고, 올해로 10년차 농부라고 하십니다. 헬레나와 임인환 농부님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하게 작은 농사 즉, 유기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귀농한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며 대대손손 농사를 지어왔던 이들이 농사를 ‘못난 일’로 규정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농업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농사를 짓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김병언 농부님의 농막입니다. 무성한 오이들 덕분에 마치 ‘오이의 숲’을 보는 것 같았는데, 비결은 축분(가축의 분뇨) 거름을 흙과 섞어 기르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토마토도 정말 잘 자라고 있었어요. 기운이 넘치는 밝은 밭이었습니다.

 

IMG_1966 20140529_120906

 

투쟁에 참여했던 젊은이들이 땅을 빌려 농사 짓는 텃밭도 둘러보았습니다. 150평 정도에 30여 가지 작물을 다양하게 기르는 텃밭이었는데 원래는 하천 부근에 이것보다 더 넓은 밭이 있었으나 현재는 공원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들의 텃밭을 둘러보고 난 뒤 마지막으로 최요왕 농부님의 딸기농장으로 가서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아래는 간담회의 간략한 내용입니다.

 

DSC_0243

 

헬레나: 여러분을 만나고 많은 영감을 얻었다. 전 세계를 여행해보면, 인간과 자연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수가 은행이나 기업처럼 세상을 파괴하는 곳에 몸담는 사람보다 많기 때문에 10년 후에는 눈에 보이는 변화가 더 많을 것이다. 많은 나라의 도시생활자들은 매체를 통해서만 세상을 보며 우울해지기 때문에 두물머리 같은 현장에서 하는 일들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곳에서 하는 일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매체에서는 틀린 정보를 주기 때문에 농사, 유기농, 두물머리에서의 투쟁 등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다큐로 만들고, 또 DVD에 담아서 배포하는 등 알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도 이런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러면서 점차 확신을 가지게 되는 것은, 식량과 농업문제에 대해서 이런 일을 지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경제, 즉 은행과 금융이라는 것이다. 이 것들은 이미 지역의 많은 부분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와 제도의 지역화가 필요하며 구조도 점차 바뀌어야 한다.

 

참석자 1: 신자유주의의 폐해 등은 잘 알고 있는데 그에 대응하는 지역화의 사례 즉 디테일이 궁금하다.

 

 

헬레나: 지역화라는 것은 지역에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제도적 변화를 말한다. 대기업, 다국적기업에 쏠려있는 세금, 보조금, 규정, 이 세 가지 요소의 제도 변화가 있어야 지역에서 농업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지원할 수 있다. 위 세 가지 경제 요소는 현재 지역을 지원하지 않고 기업을 지원하고 있는 상태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는 지역기업과 단체를 지원하면서 일자리, 정신 그리고 신체를 건강하게 하는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구체적 사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역금융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많은 지역에서 이미 시작했고 5만여 개의 소금융들이 연대체를 만들어 지역금융을 만들었다. 이처럼 좋은 일들은 많이 일어나는데 주요 매체를 기업이 쥐고 있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는게 안타깝다.

    

 

참석자 2: 기업, 은행에 대해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 것 같다. 자본 개입과 언론 통제가 우리 삶에 너무 많은 영향을 미친다. 주요 매체 역시 기업이 쥐고 있다.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헬레나: 그러려면 애초에 자본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이해해야하는데 이유는 ‘규제 완화’의 덕택이 크다. 그 덕에 경제는 정치 영역까지 드나들 수 있게 되었고 자본 자체가 권력 수준으로 세계가 변했다.

구체적으로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다 우리가 알 수 있게 드러나야 한다. 기업과 정부에서 말하는 ‘성장’은 오히려 일자리를 감소시키며, 시민들로 하여금 기업이 소비하게 하는 에너지 역시 불필요하게 많이 쓰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부분을 다 명확히 해야 한다.

또, 작은 농장과 기업이 더 필요하다고 할 때의 그 이유 또한 명확히 해야 한다. 월가점거운동에서는 무엇을 반대하는가는 이야기했지만 무엇이 필요한가는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기업과 자본이 지켜야하는 원칙 같은 단순한 것들을 더 강력히 주장해야한다. 글로벌 연대가 필요하다. 물론 세계무역기구 같은 것이 아니라 각 ‘지역’간의 글로벌 연대를 의미한다.

여기서 농사를 짓는 여러분은 농업이 지역경제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변화와 연대라는 것은 신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작은 땅에서 다양하게 작물을 기르는 것과 같이 땅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솔직한 이야기인 것이다.  

 

10287044_10152164133018932_2895429007479649495_o 10007378_769165653124112_2155508770682924683_o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와 두물머리의 농부들은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많은 것들이 산업화되고, 개발되어 자본으로 편입되는 가운데. 지역에서 땅을 지키며 사람들과 자연을 위한 일을 계속하는 것이 지니는 중요한 의미에 대해 입을 모아 이야기했습니다.

종자들이 거대기업에 의해 독점되어가고 있고, 지켜야 할 자연은 계속 개발논리에 의해 사라져만 가는 어려운 시대입니다. 그렇지만 또 많은 곳에서 지속가능하고 지역만의 새로운 삶의 기반과 문화를 만들어가는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니 거대한 힘 앞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발 밑에서부터, 자기가 속한 지역에서부터,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된다고 두물머리의 농부들과 헬레나는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세계화에 맞선 지역화’ 포럼이 남긴 세 가지 메시지를 공유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치려 합니다.

    

첫번째, 개인으로 남지 말고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할 것.

두번째, 서로를 지지하고 돕는 기쁨이 있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 것.

세번째, 현재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잘 이해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들여다 볼 것.

    

글  / 박동녘(동녘, 하자작업장학교 청년과정)

 

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