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서 더욱 즐거웠던 7월의 달시장 리뷰

작성자 haja | 작성일 2014-07-31 07: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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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누는 여름밤, 여름장터…

비가 와서 더욱 즐거웠던 7월의 달시장 리뷰

 

총 3천여 명의 주민과 방문객이 찾아 성황을 이룬 지난 6월 27일 제 1회에 이어 지난 7월 25일 제 2회 달시장이 열렸습니다. 전국적으로 호우 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열대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스콜 같은 큰 비가 불시에 들이닥치는 변덕스러운 날씨라 달시장 사무국의 고민이 깊었죠. 결국 하루 전날 잠정적으로 우천 진행 ‘Plan-B’를 결정했습니다. 미리 신청해주신 달무리 분들께는 일일이 양해를 구하며 참석 여부를 다시 물었고요. 그런데 감동스러운 건 불참을 통보하는 달무리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사실! 게다가 더 기뻤던 건 어쩔 수 없이 규모가 축소되고, 또 일부 섹션이 실내로 들어가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좁아졌는데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다는 겁니다. 달시장은 이렇게 여러분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7월 달시장부터는 영등포구청이 본격적으로 재정적, 행정적 지원에 나서 더욱 든든했습니다.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어린이부터 청(소)년, 중장년, 노년 등 다세대에 걸친 마을의 모든 주민이 지혜와 재능을 교환, 공유하며, 일, 배움, 놀이 등 일상을 함께하는 ‘마을살이’를 본격적으로 보여준다는 취지를 내세운 2014년 달시장. 첫 회에 이어 야심차게 중심에 자리잡은 달마당에 대한 호응도가 여전히 커서 힘을 얻었습니다. 달마당에서는 물건은 물론 재능이나 기술까지 다른 주민들과 바꿀 수 있는 물물교환, 우산이나 시계 등 살림살이들을 고쳐 쓰는 마을수리소, 천연 모기퇴치제, 제습제 등을 직접 만들어보는 생필품 워크숍, 미싱이나 손바느질로 수선, 리폼해 보는 재활용공방, 마을기술센터 핸즈와 함께 햇빛 건조기 같은 도구를 간단히 만들어보는 적정기술 워크숍 이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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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7월 달마당에는 풋풋한 새 얼굴들도 눈에 띄었는데요 하자센터의 주말 진로교육 프로그램인 ‘토요진로학교’에서 ‘버려진 동물을 위한 □ 제작 프로젝트’ 참여 청소년들, 그리고 이웃에 있는 하이서울유스호스텔 청소년운영위원회 청소년들입니다. 토요진로학교를 통해 버려진 동물을 위해 일하는 동물행동심리전문가, 디자이너, PD, 수의사, 보호단체 활동가 등 멘토들을 만나고 직접 디자인과 손작업, 캠페인 등을 했던 하자센터 친구들은 이날 그동안 만들었던 엽서, 필통, 액세서리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호응을 얻었습니다. 하이서울유스호스텔 친구들은 달시장을 찾은 이들에게 헤나 체험을 선사했답니다.

 

‘솜씨골목’은 비가 올까봐 전체가 실내인 신관 2층 갤러리 공간으로 이동했습니다. 야외에 있을 때보다 훨씬 좁은 공간이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다들 잘 이해해 주시는 모습이어서 감사했습니다. 사실 가장 고생이 심했던 건 영등포 주민 여러분이 참여하는 벼룩시장이었어요. 신관 안쪽 103호 허브마을회관에 자리잡아서인지 다들 발걸음이 뜸해서 결국 두 시간 정도 지나서 다시 야외로 이동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죠. 다음 달에는 날씨가 꼭 맑기를 기원해 봅니다. 늘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는 ‘먹자골목’은 신관 1층 커뮤니티카페에 자리잡았고 청년들의 자립을 돕는 일본 NGO ‘K2 인터내셔널’이 구워내는 타코야키, 요리분야 사회적기업 오가니제이션요리에서 운영하는 요리학교 ‘영셰프스쿨’ 청소년들이 만드는 떡볶이와 김말이 등 분식코너만 원래 위치인 본관에 외로이 남았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인기가 어디 가지 않는 법! 두 팀은 거의 격리된(?) 불리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알아서 찾아가는 인기를 과시했답니다.

 

각종 공연과 달시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마을 미디어 ‘달디오’가 흐르는 ‘축제마당’에서는 달시장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린 하자작업장학교의 페스테자에 이어 역시 하자센터에 자리잡은 여행 대안학교 ‘로드스꼴라’의 바쿠카타 팀이 새롭게 선보여 박수를 받았습니다. ‘복태와 한군’ ‘그린망고’ 두 인디 뮤지션 팀의 공연도 달시장과 잘 어울렸습니다. 영등포에 기반을 둔 서울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도와주시는 건강체조도 막간에 진행되어 마을 사람들의 피로를 풀어주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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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를 하긴 했지만 언제 비가 올까 조마조마하던 그 날, 결국 저녁 8시 30분 정도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한때는 바람이 마구 불고 비가 세차게 들이쳐서 천막 밑에 있던 달무리들도 다 피신을 해야할 지경이었죠. 그러나 이 비를 마음껏 즐긴 이들이 있었으니 ‘생각하는 청개구리’가 후원하는 ‘마을놀이마당’의 청년놀이활동가들과 어린이들이었습니다. 갖가지 바가지를 둥둥 띄운 풀놀이장에 대나무물총, 물을 끼얹는 가운데 지나가는 비닐터널 등으로 시작부터 무더위를 식히더니, 빗줄기가 쏟아지자 한 두 명씩 아예 비 속으로 나와 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물바가지를 서로에게 퍼부우며 장난을 치기도 했고요. 생쥐처럼 젖어서 마음껏 웃어젖히던 청년들, 어린이들. 다른 장난감 아무것도 필요없이 그저 물만으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는 놀이의 달인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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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시장의 부제는 ‘함께 나누는 여름밤, 여름장터’이었습니다. 일이 많아서, 공부가 밀려서, 사느라 바빠서 휴가도 못간 마을사람들을 위해 함께 모여 즐기자는 의미를 담았죠. 날씨가 워낙 더운 때인 만큼 시원하고 또 가슴 찡한 이벤트들도 마련했습니다. 비가 와서 조금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문 열 즈음 내린 빗줄기를 함께 맞으니 더욱 가까워진 느낌이었습니다. 그 날이 있은지 100일 하고도 하루가 지난 날이라 한쪽 벽에 마련했던 이벤트월에 보태주신 말들도 고마웠고요. 온 마을 사람들이 따로 또 같이 만들어나가는 이야기가 넘치는 마을장터, 여러분의 성원속에 달시장의 진화는 계속됩니다.

 

글 / 이지현(유즈, 협력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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