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상반기 하자네트워크학교 –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다’

작성자 haja | 작성일 2014-07-31 08:02:06

2014 상반기 하자네트워크학교 리뷰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다’

 

하자네트워크학교는 하자 안에 자리하고 있거나 또는 관련된 다섯 개의 작은 학교들이 참여하여 하자의 모토인 ‘자공공 – 자조(自助), 공조(公助), 공조(共助)’를 기반으로 공동의 교육적 가치와 철학을 만들어가는 학습 생태계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3월 초 마을인문학을 시작으로, 공동 수업과 의례 등을 통해 교류의 폭을 넓히고, 밀도를 더해가며 공동의 학습 과정을 경험한 하자네트워크학교의 2014년 봄학기 스케치를 살짝 들여다볼까요.

 

하자네트워크학교는, 하자 안에 자리하고 있거나 또는 관련된 다섯 개의 작은 학교들이 함께합니다. 2001년에 개교한 도시형 대안학교 하자작업장학교를 비롯하여 하자에서 인큐베이팅한 사회적기업에서 운영하는 대안학교들-길 위에서 배우는 여행학교 로드스꼴라, 청소년 요리 대안학교 영셰프스쿨, 음악으로 사회와 만나는 집밖에서 유유자적 프로젝트, 안전한 일자리와 진로교육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연금술사 일학교-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다섯 개의 작은 학교들을 엮는 하자네트워크학교에 대한 논의는 2012년 중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운영 원리와 철학을 가진 학교들이 얽혀 살다 보니, 처음에는 그다지 살가운 교류 없이, 오히려 그것이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지내 왔습니다. 그러다, 하자센터가 ‘하자마을’이라는 이름의 우정과 환대의 공간이 되면서, 100여 명이나 되는 청소년들의 우정과 세대 간 소통을 위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2013년부터 이 학교들은 하자네트워크학교라는 이름으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작년이 마을 잔치와 의례를 함께 진행하며 서로를 연결하는 고리를 만들어내고 하자마을을 알아가는 기간이었다면 올해는 공동의례 외에도 하자마을인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함께 공부를 시작한 첫 해입니다. 특강과 토론으로 진행된 인문학 수업은 하자마을의 촌장인 조한혜정(조한) 선생이 담임을 맡아 학습, 성장, 문명의 전환 등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다양한 공부를 하며, ‘공동의 기억과 경험’, 하자마을 주민으로서의 감수성과 정체성을 학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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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초에 집중적으로 진행한 하자마을인문학 이후에는 입촌식과 시농제, 성년식 등 마을의례를  함께 준비하며 서로의 마음을 모으고, 의례를 통해 그 마음을 담아내면서 돌봄과 환대가 있는 마을을 만들어 가는데 좀 더 공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특히, 입촌식은 하자마을과 인연을 가진 친구들과 이웃, 그리고 조한을 비롯한 마을의 촌장들을 초대하여 서로의 씩씩한 기운과 마을을 둘러싼 든든한 지혜를 나누는 흥겨운 마을 잔치로 열렸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준비한 비빔밥과 적정기술 화덕에 따뜻하게 끓여낸 된장국은 입촌식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었고, 여기에 마을 이웃들과 하자 친구들의 공연이 더해져 봄을 맞이하는 하자마을을 따스하게 감싸 주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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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는 고정희 시인의 추모일을 맞아 현장학습을 겸해 해남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민족과 민중, 여성을 아울렀던 시인을 기억하며 하자네트워크학교 학생들은 그의 시를 읽고 생가를 방문해 시인의 발자취를 엷게나마 되짚어 나갔습니다.  또하나의 문화 3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좌담회에서 평소 어렵게만 느껴졌던 어른들의 재미있는 수다(?)를 들으며, 시대를 앞서간 여성운동과 그들을 엮어낸 우정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청년들의 공동체와 대안적인 삶의 현장인 미세마을과 목신마을, 그리고 미황사에서의 108배 등도 경험했던 2박 3일간의 여행을 통해 네트워크학교 학생들은 또 하나 공동의 경험과 기억을 함께 쌓으며, 네트워크학교의 언어와 문화를 조금씩 만들어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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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진도 팽목항에 들러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함께 부르며, 희생자들과 남은 실종자를 위해 마음을 모아 기도했습니다. 4월에 일어난 세월호 사고는, 같은 시대를 살아온 네트워크학교 학생들에게 큰 충격과 질문을 던지며 앞으로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하는 숙제도 동시에 안겨 주었지요. 팽목항 방문은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에 대해 조용히 생각하며 손을 마주잡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뒤이어 6월과 7월에 걸쳐 이어진 세월호 인문학은 그 연장 선상에서 기획된 공동수업으로, 지금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사건들을 개인의 문제를 넘어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고, 연대하기 위한 학습의 자리로 진행되었습니다. 앞으로도 하자네트워크학교는 세월호와 관련된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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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학교는 각각의 운영원리와 교육 철학을 가진 학교들이 만나, 서로의 자원을 공유하며, 그 다양성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를 실험해가고 있습니다. 하자가 지향하는 공생과 호혜, 돌봄과 환대 등의 철학이 어떻게 각각의 교육 철학과 학습과정 속에 녹아들 수 있을지,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학습 조직들은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 것인지 계속해서 지켜봐 주시길 기대하며, 상반기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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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성은(두부, 학교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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